
국내 수족관에 남아있는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사진)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야생적응 훈련 등 해양 방류 준비를 시작한다고 해양수산부가 3일 밝혔다. 해수부 제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따뜻하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가 풀어내는 법 얘기는 낮고 소외된 곳을 향한다. 장애인부터 보호수 팽나무, 성소수자, 놀이를 잊은 아이들까지…. 세상에서 소중하고 잊혀진 게 뭔지 묻고, 함께 사는 길을 찾는 법정은 그래서 공익적이다. 극 중에는 어느새 기다리는 동물이 생겼다. 고래마니아인 우 변호사가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마다 함께 등장하는 고래다. 주인공의 환한 표정과 고래의 시원한 점프가 카타르시스를 주는 반전에는 중독성마저 있다.
고래 이야기는 현실 속에서도 이어진다. 해양수산부가 제주도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 수족관에 사육 중인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바다에 방사키로 했다고 한다. 2005년 제주 비양도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지 17년 만이다. 2012년 검찰이 남방큰돌고래를 불법 거래한 퍼시픽랜드를 기소할 때 2009~2010년 포획된 삼팔·춘삼·태산·복순이는 바다로 돌아갔으나, 비봉이는 오래전 포획됐다는 이유로 남겨졌다.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 제돌이가 물꼬를 튼 남방큰돌고래 방사를 머잖아 비봉이가 끝맺게 된 것이다.
수명이 40년쯤인 남방큰돌고래는 멸종위기종이다. 지구에서 2000여마리가 관측됐고, 그중 110여마리가 제주 앞바다에 살고 있다. 떼지어 다니는 이 돌고래는 사람에게도 잘 접근한다. 그러다 그물에 걸려 수족관에 보내진 것이다. 음파로 지형지물을 알아채는 돌고래에게 좁은 수조는 생지옥일 수밖에 없다. 돌고래쇼도 죽지 않으려고 냉동생선을 받아먹는 식사 시간일 뿐이다. 우울증 걸린 듯 그 쇼와 식사를 거르며 기진맥진하던 복순이가 방사 3년 만에 제주 앞바다에 새끼를 끼고 나타난 것은 자연의 힘을 보여준다.
비봉이가 바다로 돌아가도 국내 수족관엔 큰돌고래 21마리가 남는다. 이들의 방사를 돕기 위해 만들자는 ‘바다쉼터’ 예산 2억원은 작년에도 기획재정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우영우는 “고래에게 수족관은 (지느러미가 휘어지는) 감옥”이라고, “언젠가 남방큰돌고래를 꼭 보러 갈 것”이라고 했다. 그 말대로 고래는 다 편안한 바다로 가고, 따뜻한 드라마는 제주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들과 함께 엔딩했으면 싶다.
-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