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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된 채 출발하는 ‘공기관 노동이사제’

공기업 36곳·준정부기관 94곳 대상, 오늘부터 시행

노조 탈퇴 의무화로 지위 불명확…임원 추천도 못해
기재부, 법·시행령 아닌 경영지침에 넣어 ‘갈등 불씨’
노동계 “권한 넘어선 지침…고소·고발 등 다툼 필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4일부터 시행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1월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고 공포된 지 6개월 후 시행에 들어가는 것이다. 노동·시민단체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앙으로 확산되는 것에 의미를 두면서도 ‘노동조합 탈퇴 의무’ 등을 담은 기획재정부 지침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개정 공운법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노동자 대표가 추천하거나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얻은 비상임이사(노동이사) 1명을 반드시 이사회에 두도록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중 서울시가 처음으로 2016년 9월 관련 조례를 제정해 도입했다. 올해 2월 기준 서울시와 광주시, 경기도, 인천시, 경남도 등 83개 지방공공기관이 103명의 노동이사를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채택했다. 이후 사회적 논의를 거쳐 법 개정안이 올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행 대상 기관은 공기업 36곳과 준정부기관 94곳 등 총 130곳이다.

하지만 법 개정안 통과 직후 기재부는 시행령과 세부지침을 손봤고, 지난 6월3일 ‘노동이사의 임명과 운영’에 관한 신설안을 담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경영지침)이 나왔다. 여기에는 “노동이사로 임명되는 사람이 노조법상 노동조합의 조합원인 경우에는 그 자격 또는 직을 탈퇴하거나 사임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재 국내 지방공기업들의 노동이사제는 이미 노조 탈퇴를 전제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기재부가 경영지침으로 탈퇴를 명시하자, 노동계는 “노동자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노동이사가 노동조합을 탈퇴하도록 강제한다면 그 지위가 불명확해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와 정의당은 개정 법 시행을 하루 앞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측 거수기 노동이사, 누더기 노동이사제,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조합 가입 여부는 기본권에 관한 사항으로 노동이사로 활동한다는 것이 기본권을 제약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다만 이해충돌 가능성을 감안할 때 노동이사가 노조의 간부직이나 여타 근로자 대표와 겸직하는 것을 금하고, 단체교섭 담당자로서의 참여나 쟁의행위 참가를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동이사가 일반 비상임위원과 달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기재부 경영지침은 “노동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재부가 법이나 시행령 대신 경영지침에 이 같은 내용을 넣은 것은 향후 갈등의 불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태진 부산교통공사 노동이사는 “권한을 넘어선 지침”이라며 “향후 기재부를 상대로 한 고소·고발 등 법률 다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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