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황 부진에 배추·깻잎·상추 등
전년 동기 대비 세 자릿수 급등
국제곡물가 꺾여도 밥상물가 불안
폭염과 가뭄으로 작황이 나빠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다. 국제유가가 한풀 꺾이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
4일 소비자가격 정보사이트 참가격을 보면 이번주 깻잎(100g) 가격은 5431원으로 1년 전보다 268% 상승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폭염으로 적정 생육온도를 넘어서면서 작황이 부진한 때문으로 이번주 기준 깻잎 가격은 삼겹살(100g) 소매 가격의 1.5배 수준에 달한다. 배추는 1년 전 포기당 3733원에서 7653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고, 쪽파 160%, 적상추 153%, 애호박 145%, 오이 125% 등 잎채소, 양념채소 가리지 않고 밭작물 대부분이 지난해 가격의 갑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무더위와 잦은 비로 작황이 나빠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8.5%나 올랐다.
문제는 경작지가 고정된 상황에서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부진이 이어지면서 가격 불안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측 자료를 보면 이달 배추·무·감자·양파 등 주요 농산물의 도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배추의 8월 도매가격은 10㎏에 2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1.8% 오르고 평년 대비로는 57.8%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배추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7%, 평년에 비해 9.5% 각각 감소하면서 도매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이달 무 도매가격은 약 20㎏ 기준 1만9000원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해 8월보다 67.6%, 평년에 비해서는 22.6% 각각 비싼 수준이다. 무 가격 상승세 역시 출하량 감소에 따른 것이다. 연구원은 당근(37.8%), 건고추(12.3%), 양파(52.7%), 대파(47.6%) 등 엽근채소와 양념채소 대부분이 지난달에 이어 전년 대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반전되고,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을 재개하는 등 원유와 곡물의 국제가격이 떨어진다는 관측 속에서도 밥상물가 불안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달에는 이른 추석이 기다리고 있어 수요도 불안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추석 등 성수기 수급불안을 예방하기 위해 비축물량을 늘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추석 수급불안을 예방하기 위해 무 2000t과 배추와 감자를 각각 6000t씩 비축하고 있다. 아울러 마늘과 양파도 각각 6000t, 2만t을 비축, 양파는 하루에 100~150t, 마늘은 하루에 5t씩 가락시장에 방출하고 있다. 양파·마늘의 국내산 생산 감소에 따른 공급 감소에 대비해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도입도 추진 중이다. 권재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기존 민생안정대책을 이행하고 추가 대책도 추진해 장바구니 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