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권센터는 지난 6월30일 “ ‘2차 피해’ 유발하는 보도의 문제점: 성범죄, 아동학대 보도를 중심으로”라는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성범죄 및 아동학대 사건 보도에서라도 댓글란을 폐지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핵심적 문제는 댓글로 인한 2차 피해 문제로,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댓글에 생각 없이 게시하고, 더 나아가 피해자를 비난하고 모욕하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댓글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폐지가 더 낫다는 제안이 그렇게 과격하게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뉴스 댓글을 비롯한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타인의 권리 침해, 혐오 표현으로 인한 사회적 악영향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다. 뉴스 댓글이 필요한 이유로 공론장의 필요성, 언론에 대한 시민의 감시 역할, 정보를 공유하는 기능 등이 언급되어왔지만, 이러한 공적 이익을 따져 보기에는 댓글로 인한 인권 침해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인식이 댓글란 폐지 주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댓글란 문제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포털 서비스 업체는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기 쉬운 연예면에서 댓글란을 폐지하고, 댓글 정책을 언론사가 직접 정할 수 있게 하는 등 각종 대안들을 실현해왔다. 최근에는 머신러닝을 통한 기계적 규제를 통해 댓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런데 기술적 규제는 필요하지만 한계 역시 분명하다. 기술적 규제가 채택하는 모델이 대항 언어와 혐오 표현을 판별하기에는 불완전하며, 빨리 변하는 인터넷 언어와 문화를 바로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트위터의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개입하여 맥락 정보를 추가하거나 유해 해시태그를 삭제하는 등의 큐레이션을 한다. 이와 같이 인간의 개입이 고려된 대안으로 뉴욕타임스의 뉴스 댓글 중재자 시스템도 있다. 댓글 중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나 공유하는 게 필요한 내용을 중재자가 채택하는 시스템이다. 이처럼 단순한 기술 규제보다는 인간의 큐레이션이 개입될 때 혐오 표현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해 포털 서비스 업체의 적극적 책무성이 요구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인간의 큐레이션이 포함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점은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이 결국 제3세계 노동자에게 저임금으로 전가된다면, 유해 정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해당 노동자의 정신건강 보호를 위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떤 대안을 고민하더라도 마법처럼 단번에 댓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연결된 다른 문제들을 함께 풀어가야 한다. 게다가 한국의 현 언론 상황에서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댓글을 ‘만선’으로 이끌어 조회수를 확보하고자 하는 언론의 보도 방식이다. 배우 하연수씨가 언론사들이 연예인 기사를 생산하는 방식을 비판하였던 것처럼, 권리 침해는 기사 보도 방식에 의해 유도되기도 한다. 사회적 갈등 문제를 개인에게 갈등 유발자 책임을 부여하여 보도하는 방식 역시 문제적이다. 현재 댓글 문제의 심각성을 이유로 댓글란을 이용자가 직접 여닫을 수 있게 했지만, 보도 방식이라는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 채 뉴스 댓글란을 닫는 대안은 오히려 댓글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사라져 해당 공간에서는 문제가 더욱 증폭되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댓글란 폐지가 주장되는 것은 결국 포털 서비스를 통한 뉴스 소비 환경에서 보도 방식의 문제가 특정한 방식의 뉴스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근간으로 한다. 포털 서비스가 각종 대안을 고민해야 하는 것만큼 좋은 뉴스에 대한 저널리즘의 성찰이라는 진부한 주제가 다시 반복되어야 댓글 문제의 해결책에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