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게 쏟아진 권리당원 74% 몰표, 왜?

김윤나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7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7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8·28 전당대회 첫 지역 순회 경선에서 권리당원 74%의 몰표를 받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견제심리와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지지층 결집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개딸·양아들’(개혁의 딸·양심의 아들)의 집단 당원 가입,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층의 이 후보 지지층으로 전환도 이 후보 쏠림 현상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6~7일 강원·대구·경북·제주·인천 권리당원 투표에서 누적 득표율 74.15%를 얻어 박용진(20.88%), 강훈식(4.98%)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섰다. 이는 지난해 9~10월 치른 대선 경선 당시 권리당원 득표율(50.29%)보다 20%포인트가량 높다.

낮은 투표율 속에 ‘개딸’ 입당

이 후보 쏠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권리당원 구성 변화가 꼽힌다. 지난해 대선 경선을 거치면서 이 후보 지지층이 대거 민주당에 입당했다. 기존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층 상당수도 이 후보 지지층으로 전환된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 당시 약 30만명이던 권리당원 수 자체도 약 80만명으로 늘어났다.

낮은 전당대회 투표율도 이재명 대세론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현재까지 지역별 권리당원 수를 고려한 8·28 전당대회 평균 투표율은 25.20% 수준이다. 지난해 전당대회의 42.74%, 2020년의 41.03%보다 낮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전망 속에 이 후보 외 다른 후보를 선호하는 권리당원 일부가 투표를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아직 전당대회 초반이고 최종 투표율은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20%대 지지율, 힘 받은 ‘대안 부재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높은 견제심리도 이번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쳤다. 여론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6일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27.5%, 부정평가는 70.1%였다.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내에선 다른 유력 대선 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 만큼 대안 부재론이 힘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을 견제할 적임자는 대선 경쟁자였던 이 후보뿐이라는 것이다. 한민수 이 후보 수석대변인은 8일 논평에서 “강원, 경북, 대구, 제주, 인천의 권리당원들이 민주당이 앞장서 윤 대통령의 실정과 정부·여당의 퇴행을 바로잡아 달라는 기대를 담아 이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셨다”고 자평했다.

민주당 역대 전당대회에서도 대선 후보 프리미엄이 강화하는 추세다. 2015년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대표 후보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39.98%의 지지를, 2020년 이낙연 후보는 63.73%의 지지를 받았다. 이 후보의 높은 지지율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겨냥 수사에 지지층 결집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도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넥스트리서치가 KBC광주방송·UPI뉴스 의뢰로 지난달 19~20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 ±3.1%포인트),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를 찍었던 응답층의 69.7%는 이 후보를 겨냥한 수사가 “정치적 탄압”이라고 응답했고, 19.2%만 “정당한 수사”라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39.2%가 “정치적 탄압”, 49.4%가 “정당한 수사”라고 응답한 것과 차이를 보였다. 특히 경찰은 이달 중순쯤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대놓고 정치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8·28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이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재명 당대표 당선 이후 윤 대통령과 이 후보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고착화하고, 민주당이 이 후보 사법 리스크에 대한 투쟁 노선으로 간다면, 기존에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로 이재명 지키기에 미온적인 사람들)으로 불리던 범야권 지지층이 이탈해 중장기적으로 민주당의 대선 승산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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