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풀냄새 킁킁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풀냄새 킁킁

[임의진의 시골편지] 풀냄새 킁킁

누가 카페를 하겠다며 이름을 지어달라길래 우리말로 몇 개 보내줬더니 암만 생각해도 촌스럽대. 그럼 애당초 외국인에게 부탁하지 왜 한국인을 귀찮게 하누. 외국어로 해야 ‘부티 귀티’가 난대나 어쩐대나. 똥개가 애기똥을 집어먹는데 옆을 지나던 애완견 왈 “여보슈! 드럽게 사람 똥을 다 먹엇?” 그러자 똥개 왈 “어르신 밥 먹는데 똥 얘기 말엇!” 누군가의 눈엔 한없이 ‘누추하고 낮은 곳’. 그러나 개똥이 민들레를 키우는 맨땅 풀밭은 촌스럽기에 외려 기름지고 푸르러라. 대통령이 사는 집 이름도 신문에 보니깐 영어 이름을 가진 높다란 아파트. 세종 임금이나 이순신 장군이 알까 봐 쉬쉬하자고.

윗지방엔 폭우가 내린다는데, 여긴 구름 낀 하늘 아래 연일 푹푹 찐다 쪄. 둘러보면 얼죽아아,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는 얼죽아미, 얼어 죽어도 방탄 아미, 아니 아이스 미숫가루 아미. 보리쌀을 갈아 만든 미숫가루는 푸른 청보릿대 냄새가 살짝~. 약간 비릿하다가 고소한 풍미. 얼죽아미를 마시며 풀밭 그네에 앉아 떠가는 구름 구경을 한다. 요새 구름이 하도 많아. 양떼 염소 송아지 강아지 오리 토끼, 모양들이 기기묘묘. 재밌는 건 사진도 찍어 놨어.

어려서 풀잎을 뽑아설랑 입에 물고 다녔다. 갖가지 풀맛을 그때 맛봤지. 논밭을 갈던 황소를 키우던 친구네가 있었는데, 친구가 쇠꼴을 벨 때 따라가 돕기도 했었다. 비닐 포대에 꼴을 다 담고, 냅다 농수로 찬물에 다이빙. 낄낄대며 물장구 멱을 감았지. 비가 그치고 저수지가 넘치면 농수로에 쪽대를 대고서 붕어를 잡기도 했다. 어린 붕어는 멀리 도망가라 놓아주었어. 절에 안 다니고 교회를 다녔어도 방생은 기본으로 했다. 풀줄기로 굵은 붕어를 묶고 만선의 어부 흉내를 내며 돌아올 땐 풀벌레 행진곡. 풀내음 가득한 미루나무 들길. 빵냄새와 꽃내음, 선남선녀들이 쓰는 향수 냄새, 여기에 견줄까마는, 나는 풀냄새가 구수해라. 이날까지 풀밭을 건사하며 사는 이유렷다. 코를 킁킁대며 이 풀밭의 여름을 만끽한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