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 흉상 제막…고려인들의 특별한 광복절

고귀한 기자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 15일 홍범도 장군의 흉상 제막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고귀한 기자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 15일 홍범도 장군의 흉상 제막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고귀한 기자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광복 77주년인 15일 홍범도 장군의 흉상 제막식이 열린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는 ‘홀로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고려인 동포 어린이 20명이 1년여간 준비한 곡으로, 홍범도 장군 흉상 제작과 함께 고려인들을 따뜻하게 맞아준 시민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았다. 노래 말미에는 다함께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2016년 국내에 입국해 광주 고려인마을에 터를 잡고 아이들을 지도 중인 박 빅토리아씨(35)는 “아이들이 따라 하기 쉽고 좋아하는 곡을 골랐는데 반응이 좋아 기쁘다”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보기 위해 고려인 마을 동포와 주민 등 300여명이 자리를 지켰다.

흉상 제막식은 임시정부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했다. 이어 홍범도 장군을 추모하는 영상이 상영됐는데, 영상은 영화 <봉오동 전투>(2019)에서 홍범도 장군 역을 맡았던 배우 최민식씨가 내래이션을 맡았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본 제막에 앞서 식장에서는 광복군 아리랑 노래 맞춘 춤사위가 펼쳐지며 한껏 분위기를 달궜다. 이후 독립군 복장을 한 남성이 흉상 앞에서 “장군 깨어나시오”를 여러 차례 외치자 흰 연기와 함께 홍 장군의 흉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동으로 제작된 높이 1.4m 크기의 흉상은 김희상 작가가 제작한 것으로, 홍 장군의 기개를 표현했다. 고려인마을 주민들은 카메라와 핸드폰으로 흉상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조심스레 손으로 어루만지기 바빴다.

고려인마을 주민들과 광산구는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1주년과 광복 제77주년을 맞아 고려인마을 내 다모아 어린이공원에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세웠다. 흉상이 들어선 어린이공원 이름도 ‘홍범도 공원’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 15일 홍범도 장군의 흉상 제막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광복군 아리랑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주민 참여 퍼포먼스 모습. 고귀한 기자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 15일 홍범도 장군의 흉상 제막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광복군 아리랑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주민 참여 퍼포먼스 모습. 고귀한 기자

홍범도 장군은 고려인들의 정신적 기둥이자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다.

평양에서 태어난 홍범도 장군은 일제강점기 의병투쟁에 몸을 던졌다. 대한독립군 총사령관까지 올라 간도와 연해주에서 ‘백두산 호랑이’로 불리며 일본군을 토벌했다. 일본군을 상대로 1920년 봉오동전투를 승리로 이끌었고 김좌진 장군과 함께 청산리전투에서도 일본군에 대승을 거뒀다.

홍범도 장군은 1937년 옛 소련 스탈린 정권의 한인 강제이주정책으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이주해 현지에서 7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장군의 유해는 지난해 광복절 귀환해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홍범도 장군의 후손인 홍우표 홍범도공원조성추진위원장은 “제가 사는 이 곳에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세워져 감격스럽다. 고려인마을 동포를 비롯해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흉상 제막을 시작으로 홍범도 장군의 순국 정신이 카자흐스탄에서 이곳 월곡동(고려인마을)로 또 월곡동에서 전국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려인마을에는 옛 소련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됐다가 고국으로 돌아온 고려인 후손 7000여명이 모여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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