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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취학 정책,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민낯

교육부 장관이 취임 한 달도 안 된 지난달 29일 야심차게 만 5세 취학 정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업무보고를 받은 대통령도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만 5세 취학 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 것이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여론이 나빠지자 박순애 장관은 이달 1일 기자회견을 열어 3개월씩 4년 동안 취학연령을 낮추는 게 문제라면 12년 동안 서서히(매년 1개월씩) 낮출 수 있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일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만 5세 취학 정책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하라는 의미였다고 대통령 지시 사항을 재해석했다.

박순애 장관도 지난 2일 학부모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폐기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결국 정책을 발표한 지 열흘이 지난 8일 박순애 장관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만 5세 취학 정책이 진행되는 과정은 천천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 교육 정책 결정 시스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교육부 정책 결정 시스템의 한계이다. 만 5세 취학 정책은 교육부 안에서 먼저 걸러졌어야 한다. 국민의 97.9%(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교육 주체 13만명 참여 설문조사)가 반대한 정책에 대해 오랜 경험을 가진 교육관료들은 문제점을 알았을 것이다. 학제개편에 관한 논의는 여러 정부에서 있었고 이번에 문제가 된 만 5세 취학 정책은 2017년 2월6일 안철수 의원이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발표한 바 있다. 교육관료들이 문제점을 알아도 말하지 않았거나, 문제점을 말해도 장관이 밀어붙였거나 둘 중 하나이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정책에 대해 여당의 국회 교육위 의원들과도 논의하지 않은 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일은 정상적이지 않다. 당정협의회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순애 장관의 개인적 독단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교육부의 정책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두 번째 문제점은 대통령실의 정책 조율 능력 부재이다. 대통령의 업무보고는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앞서 통상적으로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실의 교육비서관이 중심이 되어 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 장관이 추진하는 정책과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충돌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박순애 장관이 만 5세 취학 정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것은 이런 사전 조율 과정을 거쳤다는 이야기다. 사회수석과 교육비서관은 온 국민을 혼란에 빠뜨릴 만 5세 취학 정책에 대해 괜찮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업무보고 일정도 연기되었다가 지난달 29일 이루어진 과정을 보면 뭔가 교육부와의 조율 능력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교육부 관료는 교육부 장관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관이라 제대로 된 이야기를 못해도, 사회수석이나 교육비서관은 교육정책 조율에서는 대통령을 대신하기 때문에 장관과 대등한 입장에서 조율할 수 있는 자리다. 교육비서관의 경우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교육부 담당 국·과장과 상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결국 사회수석이나 교육비서관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번 사태가 보여주고 있다.

세 번째는 대통령의 정무 판단 및 인사 실패이다. 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은 정무적 감각이다.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재가된 사항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만 5세 취학 정책을 국민 대다수가 반대할 것이라는 점을 대통령이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은 세부적 교육정책에 대해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잘 판단할 능력을 갖춘 사람을 장관, 사회수석, 교육비서관에 임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과정을 통해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12일자 권성연 교육비서관의 교체는 만 5세 취학 정책의 실패 책임을 물은 것이다. 장관과 교육비서관은 물러났지만 사회수석의 잘못은 없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반복하면 그때는 정권이 흔들려 국정혼란이 생긴다. 국정혼란을 바라는 국민은 없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어 국정이 안정되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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