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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돌봄, 그리고 쉴 권리

입력 2022.08.23 03:00

체온계에서 삑삑 경고음이 나왔다. 38도를 넘었다. 고열로 밤새 끙끙 앓던 배우자를 데리고 다음날 아침 병원으로 향했다. 확진이었다. 다행히 나는 음성이 떴는데, 일정이 어그러지는 것부터 걱정했다. 7일의 격리기간 중 일정취소는 가장 쉬운 일이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공간분리부터 문제였다. 1.5룸이라 격리할 공간이 없었다. 거실은 내가, 침실은 아내가 사용하고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준비했다. 격리기간 여유롭게 드라마 정주행이나 할까 했는데 큰 착각이었다. 약을 먹기 위해 세끼를 꼭 챙겨야 했는데, 상을 두 번 차려야 했다. 배우자가 먹을 음식을 방으로 넣고 내가 먹을 음식을 따로 차렸다. 다 먹고 나면 상을 들고 나와 치웠다. 밥만 먹고 살 수 없으므로, 중간중간 과일과 커피, 음료 등을 공급했다. 청소와 빨래를 하고 환기시키는 일도 잊지 않았다. 잠시 숨을 돌리면 다시 밥때가 됐다. 이 와중에 업무상 연락을 받고, 줌 미팅 등을 해야 했기 때문에 휴대폰과 컴퓨터를 끌 수도 없었다. 내가 쓰러지면 누가 우리를 돌볼까 불안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나도 열이 나기 시작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 병원 안에는 수많은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있었는데, 의료노동자의 얼굴과 아픈 환자의 표정이 다르지 않았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부부 코로나’로 검색을 해봤다. 인터넷에는 엄마들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메아리처럼 울려퍼지고 있었다. ‘아이가 확진됐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어 홀로 케어했다. 본인도 열이 나 애를 업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돌아왔는데 아픈 몸으로 또 밥을 차렸다’는 얘기들이다. 돌봄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아플지언정 쓰러질 수 없었다. 나도 확진이 떴다. 열이 계속 올라 도저히 카페의 엄마들처럼 할 수 없었다. 결국 돌봄을 포기하고, 돌봄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밥해주는 사람, 배달해주는 사람이 이렇게 소중한 줄 몰랐다. 그들에게 쓰는 돈이 아깝지 않았지만, 수입은 없는데 쓰기만 하려니 불안했다. 코로나19 지원금은 1인 10만원, 2인은 15만원에 불과했다. 막판에 장모님이 보내주신 음식이 도착해 우릴 구원했다.

인생을 포기해버리고 싶은 끔찍한 고통의 순간도 있었지만, 우리 부부는 수많은 사람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회복했다. 우리를 치료한 건 약이 아니었다. 코로나19에 걸렸으면 쉬는 게 당연하다는 동료들의 반응 덕분에 마음 놓고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일주일 일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소득의 존재도 중요했다. 돈이 없었다면 방역지침을 어기고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하러 나갔을 테다. 이를 개인의 경제력이 아니라 국가제도로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몇몇 지자체에서 시범실시 중인 상병수당은 액수가 4만3960원에 불과하고 길면 14일 이상 아픈 사람들에게만 주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현실적인 상병수당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돌봄노동자와 필수노동자가 없었다면 모든 걸 포기했을 테다. 돌봄노동자, 필수노동자가 쓰러지면 돌봄이 필요한 국민들도 쓰러진다. 이들의 노동조건이 튼튼해져야 국민들도 튼튼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온 사회가 나의 병이 치유되기를 바란다는 느낌을 받았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몸이 아프면 쉬는 게 당연한 ‘권리’로 자리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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