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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팽나무’처럼 지킨 강남 재건축단지 느티나무

입력 2022.08.24 20:39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위치한 수령 367년 된 느티나무 모습(붉은 원). 이 느티나무는 서울시 지정 보호수로 재건축조합이 2020년 서울행정법원에 보호수 이식을 요청하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성동훈 기자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위치한 수령 367년 된 느티나무 모습(붉은 원). 이 느티나무는 서울시 지정 보호수로 재건축조합이 2020년 서울행정법원에 보호수 이식을 요청하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성동훈 기자

367년 된 7~8층 높이 보호수
재개발조합이 서초구 상대로
이식·보호수 해제 요구 소송

법원 “이식하면 훼손 위험”
드라마와 원고·피고 엇갈려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건설현장에는 수령이 367년 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주변은 온통 아파트 건설로 분주하지만 펜스에 둘러싸인 느티나무만은 늘 제자리다. 흉고둘레는 3.5m, 나무의 높이인 수고는 23m나 된다. 아파트로 치면 7~8층 정도 높이다. 서울시 보호수(서22-7)로 지정된 느티나무다. 현재 총 204주인 서울시 지정 보호수 중 하나다.

이 느티나무는 300년이 훨씬 넘게 한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수년 동안은 개발 논리에 휩쓸려 법정에서 이전 논란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사연은 이랬다.

1982년에 지어진 신반포15차아파트 주민들은 2003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다. 아파트 44동과 45동 사이에 느티나무가 있었다. 나무는 신반포아파트가 지어지기 전인 1981년 서울시로부터 보호수로 지정받았다. 2017년쯤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재건축조합은 수차례 서초구에 보호수 이식이나 보호수 지정을 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서초구청은 ‘나무의 키만큼 뿌리가 땅속에 뻗어 있어서, 보호수를 이식할 경우 나무가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재건축조합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초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수령이 오래되고 키가 큰 보호수 이식은 훼손 위험이 커 원칙적으로 이식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며 “당시 구청은 보호수를 잘 보존하며 공사를 진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재건축인가를 내줬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재건축조합은 2020년 중앙행정심판위에 서울시 위임을 받은 서초구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중앙행정심판위는 재건축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중앙행정심판위는 보호수 이식 없이 재건축을 하는 계획안으로 사업승인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건축조합은 느티나무를 꼭 옮겨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법원으로 사안을 가져갔다. 재건축조합은 법정에서 “역사적 가치가 뚜렷하지 않다” “생육상태가 극히 불량해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경관침해 가능성이 있어 보호수 지정 목적이 사라졌기 때문에 보호수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는 등의 논리를 들고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재건축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2020년 11월 판결문을 통해 “오래도록 끈질긴 수명을 통해 보호수 지정 당시는 물론 서울 서초구의 역사를 돌이켜 보게 하는 역사성의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새로운 지지대가 필요할 만큼 꾸준한 생장(을 하고 있고)” “수고가 높고 흉고둘레가 두꺼운 편이어서 이식을 할 때 훼손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보호수의 존재로 아파트 단지 인근에 상당한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가 갖추어졌기 때문에, 이 사건 구역 주민들이 부담하게 되는 법익의 제한이 그다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서초구 재건축조합의 보호수 소송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소덕동 팽나무’ 사연과 유사하다.

드라마에서는 팽나무를 베고 지어질 예정인 마을 관통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사법부를 설득하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 속에선 주민들이 경해도(가상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겨 팽나무를 지켜낸다. 소덕동 팽나무의 실제 모델 또한 보호수다. 창원시 대산면 북부리에 있는 팽나무는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며 2015년 보호수로 지정됐다.

드라마 속 원고(지역주민)·피고(지자체)와 대리인단 구성은 현실의 재판과 정반대였다. 서초구 재건축조합의 보호수 소송에선 대형로펌인 태평양이 원고인 재건축조합을 대리해 보호수 이식과 보호수 지정 해제를 주장했다. 반면 드라마에선 대형로펌인 ‘한바다’가 주민들을 대리했다. 당시 피고인 서울시 대리는 정연순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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