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올해 대기업 고용형태 공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10명 중 2명가량(17.9%)이 하청·파견·용역 등으로 일하는 ‘소속 외 근로자’였다. 소속 외 근로자는 기업이 직접 고용하지 않고 다른 기업이 고용한 노동자를 사용하는 간접노동자를 의미한다. 이 비율은 지난해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한국 노동시장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돼온 원청·하청 간 이중구조가 더 심해진 것이다. 특히 51일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를 부른 조선업의 경우 간접노동자가 10명 중 6명 이상(62.3%)이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불안정한 노사 관계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최대 피해자는 하청 노동자다. 이들은 원청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고용 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린다. 이를 잘 보여준 것이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다. 산업 특성상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조선업의 경우 다단계 하청은 오랜 관행이다. 하청 노동자들은 불황기엔 먼저 정리되고, 임금도 최저임금 수준밖에 받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불황이 찾아오면 하청노조의 파업과 독 점거 같은 극단적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만의 문제도 아니다. 올 상반기에 있었던 택배노조 파업, 화물연대 파업도 이중구조가 원인이었다. 두 파업은 하청이 아닌 특수고용(특고) 문제가 핵심이다. 특고노동자는 외형상 자영업자이지만 특정 사용자의 사업을 위한 노무를 제공한다.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와 유사하지만 노동 관련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원청과 직접적 계약관계가 아니다보니 특고 노조가 교섭을 요구해도 원청이 응하지 않아 파업으로 이어지곤 한다. 지난 3월부터 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다 이달 중순부터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서 농성 중인 자회사 수양물류 소속 화물기사들도 그런 사례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날 “조선업 분야 산업 경쟁력 회복과 산업·고용 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대우조선해양 파업 타결 사흘 뒤인 지난달 25일에도 “다단계 하도급 문제 해결 등 구조적 과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을 통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의 후임자조차 결정되지 않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노사 분규의 시한폭탄이라는 점에서 방치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는 말만 앞세우지 말고 하루빨리 실질적 개선 조치를 내놔야 한다. 이 문제가 수많은 간접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사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