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비동의 강간죄가 도입됐다고 현지 일간 엘파이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스페인 하원은 명확한 동의가 없는 성관계를 강간죄로 처벌하는 법안을 찬성 205표, 반대 141표, 기권 3표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지난 5월 상원을 통과한 바 있다.
새 법은 스페인에서는 성범죄 여부를 판단할 때 피해자가 ‘분명한 동의 의사를 표현한 경우’에만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다. 피해자의 ‘묵시적’, ‘수동적’ 동의는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보지 않고 가해자를 성폭행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 법이 “동의해야 동의한 것” 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새 법은 ‘성폭행’과 ‘성학대’의 구분을 없애고 가해자가 폭력이 위협을 행사했다는 점을 피해자가 입증하지 않아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거리에서의 성희롱 행위나 동의 없는 음란 이미지·동영상 전송 행위 등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레네 몬테로 평등장관은 “몇 년 간의 노력이 승리로 끝난 의미 있는 날”이라면서 “앞으로는 여성이 성폭행 피해자임을 인정받기 위해 폭력이나 위협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동의해야 동의하는 것” 법은 2016년 7월 북부 팜플로나의 소몰이 축제 기간에 20대 남성 5명이 18세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가해자들의 변호인 측은 피해 여성이 성폭행 당시 저항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가해자들에게 성폭행보다 형량이 가벼운 성학대 혐의를 적용해 징역 9년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판결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대법원은 이들에게 강간죄를 적용해 징역 15년 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