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복지사각 지대 해소’ 과제 남기고 떠난 ‘수원 세 모녀’… 공무원·시민 마지막 길 배웅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복지사각 지대 해소’ 과제 남기고 떠난 ‘수원 세 모녀’… 공무원·시민 마지막 길 배웅

입력 2022.08.26 15:33

26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수원 세모녀’ 발인식에서 수원시 관계자들이 세 모녀의 위패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수원 세모녀’ 발인식에서 수원시 관계자들이 세 모녀의 위패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생활고와 병마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가 26일 영면에 들었다. 위기신호를 보냈지만 국가 시스템에 포착되지 않은 이들은 마지막 길을 떠나며 ‘복지사각지대 해소’라는 숙제를 남겼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60대)와 40대 두 딸의 발인식은 이날 오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발인식에는 친척이나 지인들 대신 수원시 공무원 10여명이 참석해 세 모녀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연고자의 시신 인수 거부로 세 모녀의 장례식은 공영 장례로 치러졌다.

장례지도사와 공무원들은 오전 11시28분쯤 마지막으로 헌화한 뒤 묵념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묵념을 마친 이들은 세 모녀의 위패를 하나씩 들고 굳은 표정으로 빈소를 나섰다. 세 모녀의 관도 공무원들의 손을 거쳐 차례로 운구차 3대에 나뉘어 옮겨졌다.

발인식을 지켜보던 몇몇 시민들은 “매번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거 같아 씁쓸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오전 11시40분쯤 장례식장을 떠난 운구차는 12시50분쯤 수원시 연화장에 도착했다. 세 모녀의 관은 각각 4~6번 화로로 들어간 뒤 화장됐다. 참석한 지인이나 가족이 없다 보니 울음을 터뜨리며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세 모녀의 유골은 연화장 내 봉안담에 임시 봉안됐다. 수년 전 난치병을 앓다 세상을 먼저 떠난 A씨의 아들은 현재 화성 함백산추모공원에 안치돼있다. 수원시는 화성시와 협의해 A씨 가족을 함께 안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원 세 모녀’ 사건은 우리 사회의 복지사각지대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2014년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지만 허점은 여전했다.

정부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소외계층을 발굴하기 위해 단전·단수·건강보험료 체납 등 34가지 위기 정보를 지자체에 제공하는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수원 세 모녀는 16개월간 건강보험료 27만원을 체납했음에도 포착되지 않았다. 시스템이 등록 주소지에 의존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빚 독촉을 피하느라 주소지는 화성시에 두고, 실제로는 수원시에 거주하면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원 세 모녀처럼 소재지가 확인되지 않는 ‘거주불명자’는 지난해 기준 24만명에 달한다. 이 중 거주지가 5년 이상 불분명한 장기 거주불명자만 15만명에 이른다.

신청주의 복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 모녀가 만약 어려움을 행정기관에 알렸더라면 생계 급여와 의료비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원시와 화성시 등에는 이들이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관련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상담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청을 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 복지 서비스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면서 “위기 가구 발굴을 더 적극적으로 하고 국민이 신청하기 전에 먼저 복지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안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손봐 복지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과 함께 위기가구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또 위기가구를 선별하는 ‘위기정보’를 현재 34종에서 39종으로 늘려 대상을 확대한다.

경기도는 위기 상황에 놓인 도민이 도지사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위기이웃 발굴단을 구축해 위기가구를 발굴하기로 했다. 세 모녀의 등록 주소지였던 화성시에서는 ‘고위험가구 집중발굴 TF’가 꾸려졌다.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