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에 놓인 과제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이재명 의원이 2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이 대표는 77.77%의 득표율로 2위 박용진 후보(22.23%)를 크게 앞질렀다. 최고위원에는 정청래·고민정·박찬대·서영교·장경태 의원이 선출됐는데, 고 의원을 제외한 4명은 친이재명(친명)계다. 최고위원까지 친명계로 채워지면서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경기지사를 지내고 대선에 출마했지만 ‘169석 거대 야당’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정치력을 입증한 바는 없다. 이 대표는 실력으로 ‘정치지도자 이재명’을 향한 물음표를 지워가야 할 것이다.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지난해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참패한 민주당을 신뢰받는 야당으로 다시 세워야 한다. 이 대표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살을 깎고 뼈를 갈아 넣는 심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을 만드는 데 저 자신을 온전히 던지겠다”고 말했다. 또 “서생적 문제의식은 놓치지 않되 상인의 현실감각과 조화돼야 한다”며 “실사구시의 대원칙 아래 확고한 민생 개혁에 나서겠다”고 했다. 합당한 인식이다. 이 대표는 불평등과 기후위기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민생대안과 미래비전을 제시할 책무가 있다.

수락 연설에서 이 대표가 “국민의 삶이 반 발자국이라도 전진할 수 있다면 제가 먼저 정부·여당에 협력하겠다”며 영수회담을 요청한 데도 주목한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국민의 고통은 날로 커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나라 안팎 상황도 심상치 않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거듭된 실정과 권력다툼으로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집권 경험을 가진 ‘원내 1당’ 민주당은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비판하되 민생위기 극복을 위해 협치도 모색하기 바란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적잖은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 ‘기소 시 당직 정지·당무위 구제’ ‘권리당원 전원 투표’ 내용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부결과 재상정을 거치면서 ‘사당화’ 논란이 거세졌다.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의 권리당원 평균 투표율이 35%대에 머문 것은 싸늘한 민심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그런 만큼 이 대표는 향후 강경 지지층의 목소리에 휘둘려 민심과 괴리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당 운영 또한 친명계에 치우치지 않는 통합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이른바 ‘사법 리스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솔직하고 겸허한 태도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가 유능하고 신뢰받는 민주당 재건에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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