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올해 상반기 임금 상승률이 기업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매출액 상위 5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1인당 평균 임금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급등했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상반기 100인 이상 사업체의 평균 협약임금 인상률(5.3%)보다 3배가량 큰 상승폭이다. 소비자물가가 폭등한 만큼 실질임금이 하락하지 않도록 임금을 올리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대기업은 많이 올린 반면, 중소·중견 기업은 소폭 인상에 그쳤다. 임금 격차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고착화하고 사회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망 차질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했음에도 일부 업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정유업체인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임금 상승률이 80%대를 기록했다. 정제마진 급증으로 업황이 개선돼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한 덕이다. 반면 노동부 집계에서는 전체 기업의 33.7%만 임금 인상을 결정했고, 나머지 3분의 2가량은 하반기로 미뤘다. 실적이 악화한 일부 기업은 임금 동결 또는 삭감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유난히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대기업을 100으로 가정해 중소기업 임금 수준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2002년 70.4에서 2018년 59.8로 격차가 벌어졌다. 같은 기간 일본은 64.2에서 68.3, 유럽연합(EU)은 74.7에서 75.7로 격차가 줄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유독 한국뿐이다. 이는 협력업체에 대한 낙수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원자재값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하도록 한 ‘납품단가 연동제’는 중소·중견기업 이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다. 협력업체 이익이 늘면 임금격차도 줄여갈 수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다음달부터 시범 운영되는데, 정부는 자율 시행키로 했다. 대기업이 알아서 납품대금을 올려줄 것이라곤 기대하기 어렵다. 법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국회 민생경제안정특위가 29일 납품단가 연동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청년 취업난 속 중소기업 구인난을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 개선책을 도출해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