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그냥 보내기 어려워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그 뒷이야기들도 극중 에피소드처럼 소소한 감동을 준다. 비행기 안에서 <증인>이란 영화를 울면서 보고 문지원 작가를 찾아갔다는 제작자 이야기가 그렇다. <증인>에 나온 자폐 어린이가 성인이 된 세상 이야기를 16부작 드라마로 쓸 수 있겠다고 제작자에게 응답했다는 작가의 이야기도 있다. 오백년 된 소덕동 팽나무는 어쩐지 새로운 뉴스의 주인공이 되어 새로 얻은 천년기념물 지위를 자랑 중이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우영우> 제작사가 넷플릭스와 스튜디오지니에게 각각 해외와 국내 방영권을 팔았을 뿐, 저작권을 지켰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파생하는 권리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단다. 제작자는 전작인 <킹덤>을 넷플릭스에 ‘매절’ 형식으로 계약해서 저작권을 모두 넘겼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획 단계부터 저작권을 유념하며 투자자와 유통채널과 협상에 나섰다고 한다.
도대체 태수미가 왜 우광호와 헤어졌는지 자초지종을 알고 싶은 나로서는 이 이야기에 끌렸다. <우영우> 시즌2도 좋지만, 나는 우선 한선영이 보았던 태수미는 과연 어땠는지 그리고 이들이 사법연수원 시절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고 싶다. 순진한 법대생이 권력의 정점에 올라야만 하겠다고 다짐했고, 그래서 연인이고 아이고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서사는 확실히 드라마가 된다.
해외 OTT 플랫폼이 인터넷을 타고 국내 시청각 매체시장에 개입하면서 많은 게 바뀌었다. 제작자, 투자자, 유통채널, 그리고 플랫폼 간의 수읽기와 계약경쟁이 <오징어 게임> 수준으로 벌어진다. 누구도 드라마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에, 제작자들은 기획 단계부터 유통채널과 플랫폼과의 계약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제작비를 환수할지부터 염려한다. 오티티 플랫폼과 경쟁하는 국내 채널사업자는 제작요소를 강하게 통제해서 내용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 하지만, 바로 그 안정적 공급구조 때문에 오히려 품질에 하자가 발생하고, 그래서 실패하곤 한다. <킹덤>이나 <우영우> 같은 사례로 일반화할 수 없는 복잡한 드라마가 시청각 매체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영우> 제작사 대표가 <씨네21>과 한 인터뷰를 보면, 지상파나 종편채널과 같은 계열 유통채널이 없었던 제작사이지만 투자자나 플랫폼 사업자와 자신있게 협상했던 어떤 기세를 읽을 수 있다. 아마도 그 기세는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한 작가, 연출가, 배우 등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겠다는 제작자 특유의 자신감에 기초했을 것이다. 그것은 <시그널>의 성공뿐만 아니라 <지리산>과 같은 실패로 숙성한 경험이기도 하다.
대조적으로 한가해 보이는 자들이 있는데, 얽히고설킨 규제정책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방송통신 관료들과 현행 규제정책의 난맥을 보고도 일없다는 듯 놀고 있는 입법자들이다. 아니 한가해 보인다기보다는 안절부절못해 보인다고 해야 하겠다. 해외 오티티 플랫폼이 국내 시청각 매체시장을 흔들고, 국내에서 제작한 내용물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성과를 내고 있는데, 이 모든 변화가 입법자와 관료들과 무관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방송법과 시행령이 낡아서 도저히 새로운 시청각 매체 기술의 발전과 혁신적인 디지털 역무 제공에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 지 10년이 넘었다. 수신료 재원에 의존한 공공 매체영역을 제외하고 민간의 내용물 제작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규제정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 지도 그렇다. 그러나 규제정책 개혁을 담당한 입법자들이 놀고 있다. 세 개의 정부부처가 일을 나누어 엇박자를 놓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규제부처 정비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도 되려나 기대했건만 이마저 기묘할 정도로 적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