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무부의 비검사 출신 간부 ‘패싱·간섭’ 의혹, 이게 법치인가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법무부의 비검사 출신 고위 간부가 한동훈 장관 취임 이후 업무 과정에서 소외됐다는 ‘패싱’ 의혹이 제기됐다. 한 장관의 측근인 권순정 기획조정실장이 비검사 출신 위은진 인권국장을 소외시키고 인권국 업무에 직접 관여했다는 것이다. 최근 비검사 출신 중간 간부들이 줄줄이 사표를 냈는데, 이러한 비정상적 업무 행태가 배경이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 인권국 산하 여성아동인권과·인권정책과·인권구조과 등의 주무 과장들은 지난 6월 중순부터 인권국 일부 업무를 권 실장에게도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인권국장이 허락한 사안인데도 권 실장이 수정을 지시해 문구가 바뀌는가 하면, 인권정책 관련 국정과제 회의에 인권국장이 배제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권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대검찰청 대변인을 지낸 ‘윤석열 사단’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위 국장은 지난 1월 최초 여성 인권국장으로 취임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법무부 탈검찰화’를 추진했다. 과거 검사 출신이 법무부 요직을 장악하며 검찰권력에 대한 법무부의 견제·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했다. 이에 따라 검찰국을 제외한 상당수 부서 간부들이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충원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 취임 후 법무부 탈검찰화 기조는 폐기되고, 법무부와 검찰이 한몸이던 과거로 돌아가는 기류다. 각종 인권정책을 수립·총괄하며 법무부 탈검찰화의 상징으로 여겨져온 인권국이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인권국의 정책 방향과 내부 분위기가 과거와 달라지면서, 인권국 산하 주무과장 4명 중 비검사 출신인 3명이 사표를 냈다. 일부에선 인권국장 패싱 논란을 두고 비검사 출신 고위 간부 중 유일하게 현직을 지키고 있는 위 국장에 대한 사직 압박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권국장에게도 보고가 됐고 이후 단계에서 기획조정실이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지 ‘패싱’은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설령 이 관계자의 해명을 믿는다 해도 의문은 남는다. 패싱이 아니고 ‘간섭’이면 문제가 없는가. 특성상 다른 국실과 갈등 소지가 큰 인권국 업무에 대해 대통령·장관의 측근이 ‘빨간펜’을 휘둘러도 괜찮은가. 법치주의에 비춰 한 점 부끄러움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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