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29일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권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가 추석 전까지 다시 당헌·당규 개정안을 마련한 뒤 이에 따라 새 비대위를 꾸린다는 것이다. 법원이 당 상황을 비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자, 당헌상 비상상황의 요건을 더욱 명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은 이런 결정을 하면서 또 다른 법적 시비가 일 것을 우려해 비대위의 의결이 아닌 합의를 통해 권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직을 맡겼다. 그 결과,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이라는 정당 사상 유례가 없는 기형적 지도체제가 탄생했다. 편법을 썼다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또 다른 꼼수로 대처한 것이다. 여당 상황이 점입가경이다.
하지만 이런 권 원내대표 등의 움직임에 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커지고 있다. 윤상현·최재형·유의동 의원은 공개적으로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새 비대위를 구성하는 대신 최고위원회의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권 원내대표가 새 당헌·당규 마련과 비대위 선출을 위해 두 차례 상임전국위·전국위를 열겠다는 방안에 대해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이 반대의 뜻을 밝혔다. 법원이 비대위 전환에 제동을 건 만큼, ‘새 비대위’를 출범시키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에 반대한다는 것으로, 전국위 개최 강행으로 또 다른 법적 논란을 낳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서 의장의 현실인식이 백번 옳다.
작금의 여당 난맥상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전횡에서 비롯됐다. 윤핵관은 선거 전부터 줄곧 윤석열 후보를 둘러싸고 당 권력 독점을 시도해왔다. 자신들에 대항하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성비위 의혹’ 징계를 추진해 몰아내고, 이 과정에서 윤핵관의 맏형 격인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노출시켜 분란을 일으켰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또 비대위 효력 등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비대위를 강행할 경우 법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권 원내대표는 “지금 내가 할 일은 혼란을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하지만 법원이 정당 민주주의 절차를 위배했다고 지적했으면 겸허하게 받아들여 합당한 방법으로 바로잡는 게 옳다. 판사의 성향을 거론하며 꼼수로 이 국면을 모면하려는 것은 국정을 책임진 여당답지 않다. 이런 여당이 국정인들 제대로 챙길 리가 없다. 권 원내대표는 더 이상 먹히지 않을 주장을 접고,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옳다. 이것이 여당의 혼란을 수습해나가는 유일한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