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2023년 예산안 관련 사전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긴축재정 기조로의 전환을 공언한 윤석열 정부가 정권 말까지 연평균 지출 증가율을 5% 미만으로 관리하겠다는 중기 재정운용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연내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고 향후 지속적인 지출구조조정을 추진해 이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소극적 지출 기조가 이어지면 당장 정부가 국정과제 소요 예산으로 제시한 209조 원을 집행하는 것부터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정부 연평균 지출 증가율 목표 4.6%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 계획’을 30일 발표했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 국가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한 결과 국가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향후 4년간 이를 안정화 시키고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겠다며 새 정부 재정운용 방향을 제시했다.
큰틀은 2022~2026년 연평균 총 지출 증가율을 4.6%로 관리하는 것이다. 정부는 역대 최고 수준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며 내년도 지출 증가율을 올해 대비 5.2%로 설정했는데, 내후년부터는 이보다 허리띠를 더 졸라매게 된다. 재정운용 계획에 따르면 2024년도 예산은 669조7000억원으로 내년도 예산보다 4.8% 증가하게 되며 증가율은 2025년 4.4%, 2026년 4.2%로 꾸준히 낮아진다.
반면 재정수입은 같은 기간 매년 6.6%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중 국세수입 증가율이 연평균 7.6%, 세외수입과 기금수입은 각 1.9%, 5.4%씩 늘어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재정수지도 내년부터 적자폭이 크게 줄 것으로 예측했다.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본예산 기준 적자 폭이 올해 94조1000억원에서 내년 58조2000억원으로 줄어든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적자 비율은 2.6%다. 정부는 2026년까지 이를 2.2%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도 현재 수준인 50%를 정권 말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50.0%로, 지난해 발표된 중기 재정운용 계획에 따르면 이는 2025년까지 58.8%로 늘어날 전망이었다. 정부는 긴축재정 기조 하에서 이를 2026년까지 52.2%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 달 열리는 정기 국회에서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향후 이날 발표한 재정 운용 기조를 제도적으로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GDP 대비 50%의 국가 부채비율과 마이너스 3%대의 재정수지 비율을 예산 편성의 법적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지출구조조정 현실성 의문···국정과제 209조원 집행 과제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시하는 대로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간 국가 예산의 절반 이상이 지출 근거가 법에 명시된 의무지출인 데다 재량 지출 항목도 매년 재정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한시적 지출을 제외하면 기존 사업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재정준칙 목표인 2%대의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목표는 한시 지출을 빼면 지난 정부에서부터 달성됐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긴축재정 기조가 착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일회성 지출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54조9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7% 적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당국이 발표한 지출 계획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당시 발표했던 국정과제를 임기 동안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 110대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5년간 209조원을 투입해 이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내년도 예산에 국정과제 몫으로 편성된 예산은 11조원에 불과한 상황으로 정부는 남은 4년 여 간 200조원을 추가 집행해야 한다. 그러나 연간 4.6%의 지출 증가율로는 사실상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향후 관련 예산 규모를 꾸준히 늘려갈 것이라며 정권 말까지 과제 달성은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김완섭 기재부 예산실장은 “내년 11조원 국정과제 예산이 편성된 것은 첫해기 때문에 초기에 작은 투자가 이뤄진 것”이라며 “새로 계획이 짜지면서 뒤로 갈수록 투자 규모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