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전재정’ 윤 정부 첫 예산, 복지 수요 충족할 수 있나

윤석열 정부 첫 나라살림 계획인 내년 예산안이 639조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본예산보다는 5.2%(31조4000억원) 늘었지만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올해 전체 예산(679조5000억원)에 비하면 6.0% 줄었다. 정부가 내세운 내년 예산안의 핵심 원칙은 건전재정이다. 이를 위해 24조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의 증가율은 올해 절반 수준에 그쳤고, 중소기업·에너지·사회간접자본 분야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예산이 줄었다. 코로나19 감염병 대응과 지난 5년 확장재정 기조로 국가채무가 급증한 만큼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건전재정은 중요하다. 불요불급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3고’ 공포 상황에서 재정 긴축은 복지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회 양극화를 다소나마 개선해줄 재원이 부족해진다. 당장 지역화폐 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소상공인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에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들이 집중적으로 포함된 것도 모양이 좋지 않다. 부작용은 개선해야 마땅하지만, 국정 철학이 다르다고 무조건 배척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예산안으로 국가채무는 올해 본예산 기준 1064조4000억원에서 내년 말 1134조8000억원으로 늘어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0%에서 49.8%로 0.2%포인트 개선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건전재정 전환은 장래를 생각할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건전재정을 추구하면 경제는 악순환 구조에 빠지고 민생은 더 피폐해질 수 있다. 오히려 적극적인 재정 운용과 공공지출 확대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진정 재정 적자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을 걱정한다면 부동산세와 법인세 등 전임 정부가 부자에게 거두기로 한 세금을 유지하는 게 옳다.

639조원의 예산은 국민 1인당 1240만원꼴이다. 예산안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고 국가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하고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하게 돼 있다.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회는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과 감세 정책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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