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헌법에 따라 시위 등 금지
위반 땐 영장 없이 체포·구금
2010년대 들어서야 ‘위헌’ 판결
국가안전과 공공질서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 9호 발동 소식을 보도한 경향신문의 1975년 5월 14일자 1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9호 발령과 이에 기초한 수사·재판이 위법하므로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선고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
긴급조치 9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5년 5월13일 유신헌법에 따라 발령한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를 말한다. 긴급조치 9호는 ‘헌법을 부정·반대·왜곡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선동하는 행위’ ‘학생의 집회·시위, 정치관여 행위’ ‘긴급조치를 비방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9호 위반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했다. 박정희 정권을 비판한 시민들이 대거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체포돼 가혹행위를 당했고, 법원은 정찰제 유죄 판결을 내렸다.
긴급조치는 2010년대에 들어서야 위헌으로 선언됐다. 긴급조치 피해자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후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때인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긴급조치 9호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해 위헌·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015년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라고 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발동한 것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므로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국가폭력으로 인한 피해의 구제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6년 광주지법과 서울중앙지법에서 대법원 판례와 달리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2018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법원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1심 판결을 한 김기영 당시 부장판사(현 헌법재판관)의 징계를 검토한 정황이 드러났다. 행정처는 내부 문건에 긴급조치 판결을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협력 사례’로 기재했다.
2019년부터 하급심에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들이 본격적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