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뜨개방 사장·대학교수 박사…할머니들의 화려한 시절 ‘그땐 그랬지’](https://img.khan.co.kr/news/2022/09/02/l_2022090301000099800009351.jpg)
일곱 할머니와 놀이터
구돌 글·그림
비룡소 | 48쪽 | 1만4000원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없는 텅 빈 놀이터다. 한적한 정자에서 할머니 7명이 코를 골며 낮잠을 자고 있다. 할 일이 없고, 한 일도 없는 듯한 모습이다.
선입견은 곧 깨진다. 고양이 한 마리가 나비를 잡으려다 일으킨 작은 소동에 할머니들이 깨어난다. 할머니들은 하나둘씩 과거를 돌이킨다. “내 어마어마한 뜨개질 솜씨를 기억하나?”라고 말한 홍장미 할머니는 젊은 시절 시장에서 유명한 뜨개방을 운영했다. 홍 할머니는 옛 솜씨를 뽐낸다. 그네를 타며 뜨개질을 한 뒤 그네에서 뛰어내려 착지할 때는 새 조끼를 입는 묘기를 부린다.
![[그림책]뜨개방 사장·대학교수 박사…할머니들의 화려한 시절 ‘그땐 그랬지’](https://img.khan.co.kr/news/2022/09/02/l_2022090301000099800009352.jpg)
미끄럼틀에서 자전거 묘기를 부린 배달자 할머니는 동네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며 읽은 신문을 배달했다. 마을에서 가장 큰 한복집을 했던 황금실·은실 할머니는 구름을 꿰어 한복을 만든다. 나박사 할머니는 대학에서 수많은 학생을 가르쳤고, 백설기 할머니는 머리에 수십 개 바구니를 이고 떡을 팔았다. 무엇보다 구주부 할머니는 평생 아이 열 명을 길러 독립시킨 최고 솜씨의 ‘프로 주부’로 어지러웠던 놀이터를 금세 정리한다.
현재의 한가하거나 누추한 행색을 보면서 그 사람의 과거를 멋대로 짐작할 때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목소리가 작은 노년 여성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일곱 할머니와 놀이터>는 통념을 뒤집는다. 할머니들의 과거를 우연히 엿본 고양이는 말한다. “지나간 시간이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엄청나게 멋진 거군요!”
![[그림책]뜨개방 사장·대학교수 박사…할머니들의 화려한 시절 ‘그땐 그랬지’](https://img.khan.co.kr/news/2022/09/02/l_2022090301000099800009353.jpg)
평면화한 납작한 그림이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다. 책의 앞표지에는 할머니들의 현재 모습이, 뒤표지에는 각자의 영역에서 활약했던 젊은 시절이 그려져 있다. 화려한 날을 보낸 젊은이도 언젠가는 늙고, 한 사람의 삶은 현재의 단면으로 파악할 수 없으며, 많은 늙은이도 언젠가는 젊은이였음을 따뜻한 목소리로 전하는 그림책이다. 제2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