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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에 ‘바람 장벽’ 만들고, 한 개라도 더 수확…노심초사 전남 배 농가

입력 2022.09.04 16:35

추석 코앞인데도 제 때 수확 못 해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랄 뿐”

4일 전남 나주시 금천면의 한 배 과수원에서 농민들이 태풍 ‘힌남도’가 들이닥치기 전 배를 수확하기 위해  바람을 막는 ‘방풍망’을 걷어 올리고 작업을 하고 있다. 강현석 기자.

4일 전남 나주시 금천면의 한 배 과수원에서 농민들이 태풍 ‘힌남도’가 들이닥치기 전 배를 수확하기 위해 바람을 막는 ‘방풍망’을 걷어 올리고 작업을 하고 있다. 강현석 기자.

“태풍 북상 소식에 급히 큰 것만 골라 수확하고 있습니다. 나무에서 떨어지면 배가 깨져서 헐값에 ‘과즙용’으로 파는 수밖에 없습니다.”

4일 오전 전남 나주시 금천면에 위치한 한 배 과수원. 농민들과 외국인 노동자 10여 명이 과수원 곳곳에서 배를 수확하느라 바삐 손을 움직였다. 배가 가득 담긴 노란 플라스틱 상자를 실은 운반차는 과수원과 길가에 세워진 트럭을 부지런히 오갔다.

상자를 나르던 A씨는 “태풍 때문에 서둘러 배를 수확하고 있는데 오늘 과수원 3곳에서 동시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모두 수확할 수 없어 그나마 상품 가치가 있는 큰 배만 우선 골라 따는 중”이라고 말했다.

초강력인 제11호 태풍 ‘힌남도’가 북상하면서 추석을 앞두고 본격적인 수확 철을 맞은 과수 농가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배 주산지인 나주지역 과수원에는 ‘종이봉투’에 쌓인 배들이 나무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4일 전남 나주시 금천면의 한 배 과수원에서 농민들이 태풍에 대비해 서둘러 수확한 배를 옮기고 있다. 강현석 기자.

4일 전남 나주시 금천면의 한 배 과수원에서 농민들이 태풍에 대비해 서둘러 수확한 배를 옮기고 있다. 강현석 기자.

전남도는 전남 지역 배 농가의 수확률이 지난 3일 기준 44%인 것으로 파악했다. 아직도 수확해야 할 배의 56%는 나무에 매달려 있다는 뜻이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들이닥치는 ‘힌남노’로 인해 농가들은 출하 시기도 놓치고 있다. 평년보다 이른 추석인 올해 배 경매는 오는 8일까지 열린다. 7일까지 수확을 하면 추석에 맞춰 배를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지만 태풍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면 수확에 나설 수 없다.

기상청은 5일과 6일 전남지역이 본격적인 태풍의 영향권에 들면서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보했다. 이날 태풍 예비특보도 내려졌다. A씨는 “추석 전 수확할 수 있는 날은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이다. 한 개라도 더 따야 한다”고 과수원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돌렸다.

4일 전남 나주시 금천면 한 과수원을 강풍을 막기 위한 그물 장벽인 ‘방풍망’이 둘러싸고 있다. 강현석 기자

4일 전남 나주시 금천면 한 과수원을 강풍을 막기 위한 그물 장벽인 ‘방풍망’이 둘러싸고 있다. 강현석 기자

수확하지 못한 배가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에 떨어지는 ‘낙과 피해’는 농민들에게는 ‘상품성 상실’을 의미한다. 강풍으로 나무에서 떨어지는 배는 흠집이 생겨 과일로는 팔 수 없고, 헐값에 과즙용 등으로 판매된다.

이날 나주 지역 대부분의 배 과수원 주변으로는 2m 높이의 촘촘한 그물망이 설치됐다. 강풍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설치한 그물 장벽인 ‘방풍망’이다. 농민들은 말아서 올려둔 방풍망을 내리거나 그물망이 날아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는 작업도 했다.

1만3000㎡의 배 과수원을 운영하는 김범진씨(64)는 “배는 수확기가 되면 크기별로 선별해 가며 한 달 정도 수확한다. 태풍이 온다고 해서 아직 크기가 작고 맛이 덜한 배를 무작정 수확할 수도 없다”면서 “방풍망도 한계가 있다. 태풍이 비껴가기만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전남도와 22개 모든 시·군 공무원들은 비상 근무에 들어가는 등 태풍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여수항과 목포항 등 전남지역 항구에는 2만7000여 척의 어선이 긴급 대피했다. 6300여 척의 선박은 육지로 끌어 올려졌고 2만1000여 척은 항구 내에 결박됐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이날 오전 시장 군수들과 영상 대책 회의를 갖고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상황에 맞는 선조치가 중요하다”며 “지원이 필요한 현장에 공직자는 물론 군부대 인력 동원 등 과감한 사전 대비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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