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장갑 갈아넣었더니 콘크리트가 단단해졌어요

이정호 기자

방역폐기물 재활용 신기술

호주 RMIT대 연구진 개발

마스크·장갑 갈아넣었더니 콘크리트가 단단해졌어요

폐기된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 등을 곱게 갈아 넣어 콘크리트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계적으로 사용이 크게 증가해 새로운 환경오염원이 되고 있는 개인 방역장비를 유용하게 재활용할 방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호주 RMIT대 연구진은 의료 현장에서 쓰인 뒤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 위생 가운을 사용해 콘크리트의 압축 강도를 높이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신기술과 관련한 연구는 ‘케이스 스터디스 인 컨스트럭션 머티리얼스’ 등 3개 국제 학술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마스크와 위생 가운의 소재인 ‘폴리프로필렌’과 장갑의 소재인 ‘니트릴’에 주목했다. 폴리프로필렌은 섬유나 포장재로 많이 활용되며 변형을 일으키는 힘에 강하다. 합성고무의 일종인 니트릴은 얇고 잘 늘어나며 사물을 잡을 때 미끄러지는 것을 줄인다. 이 물질들이 아직 굳지 않은 콘크리트 내부에 섞이면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해 조직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연구진이 규명한 것이다.

연구진은 마스크와 장갑, 위생 가운을 잘게 분쇄해 0.1~0.25%의 비율로 콘크리트에 섞었다. 그러자 고무장갑을 넣은 콘크리트는 압축 강도, 즉 강하게 내리누르는 힘을 버티는 능력이 최대 22%, 마스크는 17%가 향상됐다. 위생 가운을 섞은 콘크리트의 압축 강도도 15% 강해졌다.

최근 다른 연구진에서도 새우 껍데기나 타이어 조각을 콘크리트에 섞어 강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이번 RMIT 연구진의 아이디어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도시와 농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어디서든 광범위하게 쓰고 있고, 폐기량이 언제쯤 줄어들지 가늠하기도 힘든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 위생 가운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RMIT 연구진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뒤 전 세계적으로 매일 평균 약 5만4000t의 개인 방역장비 폐기물이 생기고 있다. 일회용 마스크는 매달 1290억개가 사용된 뒤 버려진다.

개인 방역장비는 해양 생태계 등으로 유입되면 동식물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자연계에서 분해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에 연구진이 이런 문제를 완화할 돌파구를 만든 셈이다. 연구진은 대학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이번 연구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의료·건설 업계와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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