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북한 황강댐 방류

이용욱 논설위원
2020년 8월 경기 연천군 군남댐에서 물이 방류되고 있다. 최근 북한의 황강댐 방류로 인해 엄청난 양의 물이 유입되자 댐 개방결정이 내려졌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20년 8월 경기 연천군 군남댐에서 물이 방류되고 있다. 최근 북한의 황강댐 방류로 인해 엄청난 양의 물이 유입되자 댐 개방결정이 내려졌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큰비가 올 때마다 남북한을 함께 흐르는 하천의 댐들이 소환된다. 북한이 상류에 있는 댐을 무단방류해 남측의 하류 지점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에서 10여㎞ 북쪽에 위치한 북한강의 임남댐(일명 금강산댐),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약 42.3㎞에 있는 임진강의 황강댐(예성강댐)이 그들이다.

남북은 2009년 10월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접촉을 갖고 댐 방류 때는 사전에 통보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북한이 황강댐 무단방류를 하여 남측 9명이 목숨을 잃은 뒤였다. 하지만 북한은 이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북한은 총 6차례(황강댐 3회, 임남댐 3회) 군 통신선을 통해 방류사실을 통보했는데, 남북관계가 나쁠 때는 알리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북한은 통보 없이 황강댐 수문을 열었다. 이때마다 임진강 수위가 급상승해 주민들이 긴급대피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정부가 대북 전단은 묵인하면서 댐 방류는 통보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북한은 생각할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 입장에선 야속하기 이를 데 없다. 전단과 댐 방류의 위험성이 같을 수 없다.

북한 쪽에서도 댐에 대해 할 말이 없지 않다. 1986년 10월 전두환 정부는 북한이 88올림픽을 방해할 목적으로 금강산댐을 건설하고 있으며, 댐을 폭파시키면 200억t의 물폭탄이 서울을 덮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응한다며 전 국민을 상대로 모금운동을 벌인 끝에 1989년 마침내 ‘평화의댐’을 건설했다. 하지만 물폭탄 위협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 여론을 덮기 위한 여론 조작으로 판명됐다. 김영삼 정부 감사원이 밝혀낸 불편한 진실이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자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일부 개방했다. 통일부는 댐 방류 시 사전 통보를 해달라고 촉구하는 장관 명의 통지문을 오전 9시 전달하려 했지만, 북한이 수령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경을 마주한 국가들은 홍수통제 등을 위해 댐 방류 정보를 사전에 통보하는 것이 관례다.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이 다가왔는데 남북은 댐 방류 하나 놓고도 불통이다. 서로 다른 나라들 사이에서도 통하는 관행이 같은 민족끼리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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