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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과 불평등

힘든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친구들을 부러워하곤 했다. 회복탄력성은 심리학 용어라는데, 정확한 학술적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감정적으로나 심리적 좌절감, 실패감을 느꼈을 때 그 좌절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고 금방 회복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회복탄력성이 좋을수록 일상으로 돌아가는 타이밍도 빨라진다. 좌절을 금방 떨쳐내는 것도 ‘능력’이라는 것을 깨달은 게 언제였을까. 실패하고도 다시 일어날 힘은 믿고 의지할 만한 기반에서 나온다는 걸 알았을 때였다.

조희원 참여연대 활동가

조희원 참여연대 활동가

사회에도 회복탄력성이 있다면 어떨까.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재난을 2년 넘게 앓고 있으며, 치솟는 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일해도 빈곤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시시때때로 닥쳐오는 자연재해도 일상을 위협한다. 지난달 폭우로는 17명이 사망했고, 이재민은 2만5444가구에 이른다. 이 중 하나만 경험해도 벅찬데, 재난은 쉬이 우리를 피해 가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덮쳐오는 재난 앞에 사회의 회복탄력성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가혹하게도 재난은 모두에게 같은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 재해에 더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 지난달 폭우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사람도 도시의 가장 낮은 곳, 반지하에 사는 주거 취약계층이었다. 코로나19의 피해 또한 고르지 않다.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 그리고 더 작은 가게의 소상공인에게 큰 피해를 남겼다. 아프면 치료받기도 쉽지 않다.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그마저도 수가 적다. 기후위기의 상흔도 비슷하다. 폭염과 혹한으로 고통받는 것은 에어컨, 난방시스템 등이 충분히 구비된 주거 공간에 살 여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의 회복탄력성이란, 결국 재난 취약계층에게 기반을 만들어주는 일일 테다.

하지만 지난 8월30일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에는 이런 회복탄력성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 따르면 내년 예산은 639조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는 31조4000억원 늘었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총지출과 비교하면 41조원 부족한 규모다. 특히 공공임대 예산은 5조6000억원이 깎였다. 복지 수급의 기준이 되는 기준중위소득 증가율은 5.47%이지만 물가상승률이 6%대인 것을 감안하면 미미하다. 감염병 재난에 필수 대책으로 거론된 공공의료 예산도 올해 대비 11.6%나 깎였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전부터 재정건전성, 아니 긴축 재정을 목표로 지출 구조조정할 것을 대대적으로 밝혀왔다. 결국 정부의 재정 긴축 기조가 복지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폭우 피해로 주거 취약계층의 죽음을 맞이하고도 회복탄력성의 ‘기반’을 약화하는 안을 내놓은 것이다.

“불평등이 재난이다.” 지난달 16일부터 23일까지 서울시의회 앞에 열린 폭우 참사 시민 추모 분향소에 걸린 문구다. 결국 재난에 대비하는 것은 불평등에 대비하는 것이다. 기후위기, 물가위기, 감염병 재난이라는 다양한 재난에 마주하는 모습은 같아야 한다. 지금껏 제기되어 온 불평등을 묵과하지 않는 것, 사회의 회복탄력성을 튼튼하게 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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