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 ‘물폭탄’ 포항, 태풍 ‘힌남노’ 피해 가장 컸다
기적의 생환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내린 폭우로 침수된 경북 포항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6일 실종됐던 30대 남성이 소방·군 관계자들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6일 아침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고립 7명…한밤 5명 구조
30대 남성·50대 여성 생존, 3명 생사 불명…오천읍 60대 사망
경북 포항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내려다 불어난 물에 갇혀 실종된 것으로 신고된 7명 중 5명이 구조됐다. 2명은 생존 상태였으나 3명은 생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경북소방본부는 6일 오후 8시30분쯤 포항 남구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배수작업과 동시에 수색작업을 벌이던 중 실종자 전모씨(39)를 구조했다. 오후 9시41분쯤에는 여성 생존자(51)도 구조됐다. 밤 10시가 넘어서면서 50대·60대 여성2명과 70대 남성 1명도 구조됐다. 하지만 이들의 생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전씨는 이날 오전 6시30분쯤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하라는 관리사무실 안내방송을 듣고 주차장으로 갔으나, 바닥에 들어찬 물 때문에 자동차 문을 열지 못했다. 전씨는 지하주차장이 침수되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옷을 벗고 에어포켓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서서 14시간가량을 버텼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그는 건강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포항의 모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전씨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아이들 때문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씨가 구조된 데 이어 이날 오후 9시41분쯤에는 생존자 1명이 추가로 구조됐다. 실종자가 생존상태로 구조되자 수색작업을 지켜보던 아파트 주민들은 일제히 ‘와~’ 하며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쏟아진 폭우로 물이 가득 찬 상태다. 소방당국은 아파트 주차장에 가득 찬 물을 빼내면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오후 11시 현재 실종신고된 아파트 주민 7명 중 5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무동력 보트를 이용해 수색작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사고는 힌남노가 한반도에 닥친 후 최대 규모의 인명피해다.
실종신고는 오전 7시40분쯤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실종자들이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는 관리사무실 안내방송을 듣고 나간 후 연락이 끊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는 인근 하천(냉천)과 가까워 폭우로 인해 범람한 물이 지하주차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포항의 누적 강수량은 393㎜에 이른다. 포항지역 재산피해는 현재까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칠성천 범람 인근 마을 “하수관 정비 3년 넘게 안 해”
또 이날 오후 3시35분쯤에는 포항시 남구 오천읍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6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9시45분쯤 ‘지하주차장으로 간 뒤 연락이 없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주차장 배수작업을 벌인 뒤 숨진 A씨를 발견했다.
포항에서는 이날 오전 7시57분쯤 남구 오천읍 도로에서 B씨(75)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인근에서 1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시간당 최대 100.5㎜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포항은 이날 도심과 농어촌을 가릴 것 없이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특히 남구 대송면 제내리는 인근 칠성천이 범람하면서 1136가구 2002명이 사는 마을 자체가 물바다를 이뤘다.
주민 정재훈씨(53)는 “구청에서 하수관로 정비를 몇년째 하지 않았다”며 “하수관로에 쌓인 이물질을 제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3년이 넘도록 정비 한 번 없었다”고 했다.
이날 마을 골목 곳곳에는 급류에 휩쓸린 차량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이진수씨(69)는 “태풍 매미가 포항을 덮쳤을 때도 마당에 들어찬 물이 5㎝ 정도였는데, 지금까지 40여년을 살면서 이런 태풍은 처음”이라고 혀를 찼다.
남구 오천읍 항사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강성중씨(49)는 불어난 물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내려앉아 버린 펜션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 펜션은 강씨 부부가 지난 7월 오픈한 펜션이다. 강씨는 “누나와 매형까지 동업해 펜션을 시작했는데 날벼락을 맞았다”고 했다.
포항시 북구도 힌남노가 만들어낸 ‘물폭탄’의 위력이 컸다. 북구 용흥동·양학동 일대는 산사태까지 발생해 인근에 주차된 차량이 토사에 밀려나기도 했다. 북구 흥해읍 남성리 소하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설치된 콘크리트 둑은 흉측한 철근을 드러낸 채 휴지 조각처럼 너덜너덜했다. 이날 권모씨(69)는 주방으로 들이닥친 흙탕물을 쓰레받기로 퍼내고 있었다.
포항 도심인 육거리·오거리 주변 간선도로 곳곳도 물에 잠기면서 차량 통행이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