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 오르면 태풍이 얻는 에너지도 커져
고위도에서 더 많이 발생…한반도 향하는 태풍 계속 늘 듯
도로 초토화된 부산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6일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인근 도로에 떨어져 나간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이 어지럽게 뒹굴고 있다. 연합뉴스
높은 해수면 온도, 약한 ‘연직(鉛直) 시어(Shear)’(수직 방향으로 풍향·풍속의 변화). 기상청은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육지로 오면서도 위력이 강해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언뜻 보면, 대기의 현재 상태를 설명하는 말같이 보이는 이런 조건은 사실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북극이 따뜻해지면 ‘제트 기류’가 약화되며 연직 시어도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태풍에 관한 여러 연구는 이런 기후변화 양상이 태풍을 과거보다 더 강하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더 강하게 발달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우식 인제대 대기환경정보공학과 교수가 지난해 10월 한국대기환경학회에서 발표한 ‘관측자료에 기반한 한반도 영향 태풍의 기상요소 극값 변화’ 연구를 보면, 최근 들어 태풍은 더 강해지고 있다. 정 교수는 근대적 의미의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4년부터 2020년까지 태풍 관측자료의 극값 변화를 살폈다.
태풍 피해는 ‘극값’이 나타날수록 더 많이 발생한다. 태풍의 기압이 낮을수록, 순간 풍속이 클수록, 강수가 집중될수록 피해가 크다.
연구는 1904년부터 1930년까지를 시기 1로, 이후 30년 간격으로 2020년까지 시기 2~4로 분류했다. 시기 1에서 4로 올수록 태풍의 중심기압의 극값은 감소했고, 최대풍속·최대 순간풍속·누적 강수량은 모두 증가했다.
‘가을 태풍’도 빈도가 늘고 강도가 세졌다. 정 교수가 연구진으로 참여한 ‘한반도 영향 가을 태풍! - 과거와 현재의 특성 변화’를 보면 1954~2003년 한반도에 영향을 끼친 태풍 중 9~10월 태풍의 비중은 20% 수준이었으나 2002~2019년에는 31.6%로 늘어났다. ‘태풍은 여름에 오는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가을에 오는 태풍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을 태풍의 최대 순간풍속도 계속 빨라졌다. 태풍의 위력은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수록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기상학회가 발행하는 ‘기후저널(Journal of Climate)’에 2019년 게재된 ‘북서태평양의 미래 태풍 활동 변화’ 연구는 온실가스를 현재와 비슷하게 배출하는 시나리오(RCP8.5)를 가정할 때 1980~2005년에 비해 가까운 미래인 2024~2049년에 동아시아로 향하는 태풍의 ‘누적 태풍 에너지(ACE)’가 45.9%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누적 태풍 에너지는 태풍의 발생 빈도, 유지되는 기간, 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표다.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태풍의 전체 발생 개수는 줄어도,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은 늘어날 수 있다. 아열대 지역인 저위도 지역에서의 태풍 발생은 줄어들지만 북위 20~25도에서 태풍이 더 많이 생기고, 이 태풍들이 한국으로 올 가능성도 커진다.
같은 연구에서 온실가스를 현재와 비슷하게 배출하는 시나리오(RCP8.5)를 가정할 때 1980~2005년에 비해 가까운 미래인 2024~2049년에는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인근 지역으로 향하는 태풍이 17% 증가한다. 차동현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팽창하면 태풍이 일본 쪽으로 가는 길을 막아설 수 있어서 태풍이 한국으로 향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