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흠 회계사
몸값을 대폭 낮춰 기업공개(IPO)를 강행한 쏘카의 주가가 상장 이후 계속 내리막을 걸으면서 대다수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 쏘카가 증시에 입성한 날에 또 다른 유니콘 기업인 컬리도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연초만 해도 컬리는 7조원대의 몸값을 기대했지만 지금의 자본시장은 2조원 내외로 본다고 한다. 회사 창립부터 자금을 댔던 수많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내며 투자금을 회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업공개 전까지 몸값을 올려야 하는 컬리 입장에서는 ‘공헌이익률이 높다’ ‘공헌이익이 3년 동안 흑자였다’는 점을 강조 중이라고 한다. 회계를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공헌이익이 생소한 용어지만 이익이니까 좋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지 생각해보자.
공헌이익은 판매가격에서 판매량에 비례해 발생하는 변동비를 뺀 값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라면회사가 봉지당 1000원에 납품하는데 라면 원재료가 700원, 팔릴 때마다 봉지당 판매 수수료를 100원씩 지불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라면은 한 봉지 팔릴 때마다 200원씩 회사 이익 증가에 공헌한다. 손해 보지 않고 이익을 내고 있으니 다행이다.
그런데 만약 이 회사가 인건비, 임차료,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로 1년에 200억원씩 발생한다면 계산이 어떻게 될까? 1억봉지는 팔아야 겨우 본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어떤 기업이든 이익 실현을 위해 기본적으로 공헌이익을 남겨야 한다. 별로 대단한 얘기가 아니다.
다시 컬리로 돌아가보자. 2021년 1조5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고 상품 매입액 대비 마진율인 매출총이익률이 25.7%다. 코로나19에 따른 내식 수요 증가로 회사는 2년 만에 매출액이 250%나 증가했고 마진율도 좋아졌다. 단 포장비나 수수료 등 변동비성 판매비도 많기 때문에 실제 공헌이익률은 매출총이익률보다 낮게 계산된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 공헌이익률이 높으면 판매가격이 싸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이 필요하지 않은 소비자라면 굳이 컬리를 이용하지 않고 더 싸게 판매하는 곳으로 갈 것이다.
컬리는 매출액에서 상품 원가를 차감하고 4002억원 넘는 매출총이익을 올렸지만 판매비와 관리비가 6141억원이 발생하면서 결국 2138억원의 적자를 내고 말았다. 2년간 매출액이 250% 증가하는 사이 인건비도 825%나 늘어서 1721억원이나 발생했다. 전체 판매비와 관리비의 28%나 된다. 인건비가 증가하면 자연스레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4대 보험료 등 인건비성 비용도 같이 늘어난다. 이외에 감가상각비나 임차료 등 기본적인 고정비도 많기 때문에 이익 전환이 녹록지 않다.
컬리를 혁신적인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이라고 얘기하지만 본질은 유통업이다. 싸게 매입한 상품을 고객한테 판매해서 남긴 마진으로 판매비와 관리비를 쓰고 영업이익을 남겨야 한다. 전국 새벽배송 지역을 늘리려면 시설 투자도 계속해야 하는데 운영비도 못 건지니 투자자금까지 포함해서 거액을 계속 조달받아야 한다.
기업의 관리 목적으로 주로 사용하는 공헌이익 같은 생소한 용어보다는 단순한 표현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매출 증가에 비례해 인건비가 많이 늘어나는 노동집약적 손익구조를 보이는데 어떻게 고정비를 절감하고 경쟁사 대비 싸게 판매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사업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추상적인 표현이 아닌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줘야만 기업공개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