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7일 의원총회를 열어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추대했다. 당 전국위원회가 8일 이를 의결하면 추석 전 정진석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게 된다. 정 부의장은 앞서 여러 명이 비대위원장을 고사한 점을 의식한 듯 “비대위원장을 독배라고 하는데, 독배이기 때문에 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당 수습 각오를 밝혔다. 정 부의장은 당내 최다선(5선) 의원으로 친윤석열 그룹의 좌장 격이다. 권성동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에 이어 또다시 친윤색이 짙은 정 부의장이 여당을 이끌게 된 것이다. 혁신과 동떨어진 당 상황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주초부터 지금까지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 극심한 혼선을 빚었다. 당초 유력하게 거론되던 주호영 의원이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사하더니, 7일에는 박주선 전 의원이 거론됐다. 그러나 박 전 의원이 “당을 잘 몰라 허수아비가 되기 싫다”며 고사해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쪽으로 가는 듯하다 결국 정 부의장으로 낙착됐다. 불과 이틀 사이에 3명의 후보가 거론되고 그중에 둘은 거의 맡을 것처럼 하다가 고사했다. 국정을 책임지고 이끌어나가야 할 여당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국회의장이 자리에 없을 때 대신해야 할 부의장을 비대위원장직에 앉힌 것도 군색하다. 특정 당을 이끄는 사람이 어떻게 공정하게 국회를 운영할 수 있겠는가.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편파적으로 의사를 진행한다고 한 것과 배치된다. 도대체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 모든 상황은 윤핵관을 비롯한 당내 친윤계의 권력 독점 욕심이 빚어낸 것이다. 친윤계는 이준석 전 대표를 징계로 내쫓은 데 이어 당 지도부를 구성하면서도 꼼수로 대응했다. 윤핵관들은 법원의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으로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이 정지되자, ‘비상상황’ 관련 당헌·당규를 개정하며 비상상황을 자처했다. 애초부터 방향이 틀린 것이다. 그런데 여당의 지도부 선임을 둘러싼 리스크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 이 전 대표가 법원에 추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이 또 가처분을 인용하면 정진석 비대위도 멈출 수밖에 없다.
지금 여당 지도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매일같이 환율이 급등하고 물가가 뛰면서 서민경제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미·중 간 전략경쟁이 격화되면서 외교안보 상황도 녹록지 않다. 민생을 챙겨야 할 정기국회는 이미 시작됐다. 이런 때에 여당이 권력 다툼을 일삼으며 스스로 당을 비상상황에 빠뜨리다니 너무나 무책임하다. 여당은 대오각성하고 진정한 혁신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