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5원 오른 1384.2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환시장 쏠림을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하고, 장 마감 직전에는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까지 “최근 원화 약세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고 나섰지만 상승세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환율이 급등하자 코스피는 1.39% 폭락했다. 한국 주식에 불안을 느낀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날 493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환율 폭등과 주가 폭락의 악순환으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도 우려된다.
환율 상승은 미국 달러의 초강세 현상 때문이다. 미국이 물가 대응을 위해 돈줄을 죄면서 유로(유럽)와 위안(중국), 엔(일본) 등 주요 국가의 통화 가치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은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1400원 돌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오는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0.50%포인트나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현재 한국(연 2.5%)과 미국(연 2.25~2.5%)의 금리는 비슷한 수준이다.
대개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고 외환보유액도 증가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 비용이 더 많아 무역수지 적자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줄고, 대외 지급능력 지표인 단기외채 비율은 상승하고 있다.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의 신흥국들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직면한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신용 경색을 우려한 외국인투자가들이 달러 회수에 나서면 한국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에 이은 또 다른 위기가 현실화했다. 정부와 외환당국의 비상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외환보유액, 순대외채권 규모, 외채 비율 등 대외 건전성 지표부터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한다. 채무자와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경기 둔화도 심해지겠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