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동반한 폭우로 지난 6일 침수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내려던 주민 9명 중 7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일어났다. 2명은 실종된 지 10여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추가 생존자는 없었다. 인근 아파트에서도 지하주차장에 고립된 주민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태풍으로 말미암은 인명피해가 지하주차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지하시설의 침수가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하시설의 수해 방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지난달 수도권 폭우 때 서울 서초구의 빌딩 지하주차장에서 남성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은 침수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지하철역이 물에 잠기는 사고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최근 집중적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곳은 아파트나 건물의 지하주차장이다. 이곳은 면적이 넓어도 빗물 침수 속도가 매우 빨라 순식간에 잠겨버린다. 이번 인명피해가 난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소형 축구장 크기이지만, 불과 8분 만에 사람 키 2배쯤의 물이 들어찼다고 한다. 빗물 유입을 차단하거나 지연시키는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배수 용량을 늘릴 필요성을 제기한다.
방재 전문가들은 지하주차장의 침수를 차단·지연시키려면 차수판(물막이판)을 설치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문제는 지금도 차수판을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이 국토교통부 규칙으로 제정돼 있지만 적용 대상이 ‘방재 지구’로 극히 제한적이라 유명무실하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침수 우려가 없다고 인정하면 차수판 설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
기후위기로 극한 폭우 등 재난이 빈발할 게 분명하고 주차장·상가·지하철 등 지하 공간 이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기존 수준의 대응으로는 지하 침수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 신축 건물의 차수판 설치 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기존 아파트 등에 대해서도 차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하주차장의 배수펌프나 배수구 용량을 연중 최대 강수량 기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물막이 설비와 배수시설 확대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방안까지도 차제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시민들이 폭우 시 대비할 수 있도록 예보·경보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