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코로나19와 계절독감(인플루엔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없는 상황에서 추석 연휴를 보낸 데다, 2년간 잠잠하던 독감도 유행 기준을 넘어선 상태다. 코로나19와 독감은 증상이 비슷하지만 치료법이 다르고 동시 감염될 경우 중증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진단부터 치료까지 방역체계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외래환자 비율이 8월28일~9월3일 1주일간 1000명당 4.7명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의 1000명당 3.3명과 비교하면 급증세다. 거리 두기로 2020년(1000명당 1.7명)과 2021년(1000명당 1.1명)에 맥을 못 춘 독감이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8년(4.0명) 수준으로 복귀한 것이다. 독감 유행이 뜸해져 자연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거리 두기가 해제되며 사회적 활동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아데노·리노 등 다른 바이러스성 급성 호흡기 질환도 동시 증가하면서 입원 환자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배까지 늘었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코로나19도 재유행 가능성이 예고된다. 돌파감염과 재감염이 늘어나는 데다, 지난봄 오미크론 대유행 당시 감염자들이 획득한 자연면역력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계절독감과 코로나19의 초기 증상이 발열·인후통·근육통 등으로 비슷하다는 데 있다. 진단이 지연되며 의료체계에 혼선이 빚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두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되며 중증도가 높아진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트윈데믹에 대비해 검사·백신·치료 체계를 빈틈없이 정비해야 한다.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초기 바이러스와 오미크론 변이에 동시 대응하는 ‘2가’ 개량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한편 독감 백신 접종률도 높여야 한다. 두 백신을 같은 날 동시 접종하더라도 안전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게 의학계의 중론이다. 코로나19와 독감 바이러스를 함께 검출할 수 있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기술적으로 가능한 만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풍토병 수준으로 약화될 때까지 트윈데믹은 매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 해마다 3000명가량이 숨지는 독감과 지금까지 2만7000명이 희생된 코로나19 모두에 철저히 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