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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저작권 좀먹는 낡은 인식

지난 한 달, 출판콘텐츠 시장에 한 출판 물류 회사가 1만5000종의 도서 저작권을 위반한 사례가 드러나 큰 이슈가 되었다. 출판물류회사인 웅진북센이 국립국어원이 진행하는 ‘말뭉치 사업’ 중 ‘문어 말뭉치 사업’에 작가와 출판사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웅진북센은 2010년 인수한 북토피아의 콘텐츠 1만5933종에서 6억2271만7166개 어절을 빅데이터로 활용했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북토피아에 콘텐츠를 제공한 1188개 출판사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콘텐츠를 사용했다.

이융희 문화연구자

이융희 문화연구자

한국출판인회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달 23일 간담회를 개최했다. 그 자리에서 웅진북센은 북토피아 콘텐츠 제공업체와 저작권 관련 정산을 진행 중이며 해당 금액을 전자책 정가의 70%의 3copy로 책정했다고 알린 후 이것은 정산일 뿐 피해보상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웅진북센의 대응은 여러모로 문제적이다. 한 장르 전문 출판사는 이 사태를 접한 직후 도서 리스트가 공개되지 않았을 때 웅진북센 측에 자신들의 작품이 포함되었는지 질의하였고, 그때 장르소설은 대상이 아니었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후일 확인 결과 로크미디어나 디앤씨미디어 등 수많은 장르 전문 출판물도 포함된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웅진이 피해 사례를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 심각한 건 웅진북센이 보여준 저작권에 대한 인식 그 자체다. 정산이란 결국 해당 자료를 사용한 이후에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건이 벌어진 이후 저작권 사용료를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 정산하는 것은 강매에 다름 아니다. 올바른 저작권 인식이란 저작권자에게 저작물을 사용할 것인지 동의를 구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나.

거기에 망한 출판사가 많다는 점, 그리고 북토피아가 인터넷 전자책 시작의 초창기 모델이라 저작권 인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당시의 과도기에 만들어진 회사였다는 것도 문제를 가중시킨다. 모 작가는 과거 북토피아에 자신의 동의 없이 자신의 작품이 올라간 것을 발견하고 ‘삭제하라’고 출판사에 말한 후 확인서까지 받은 자료가 해당 말뭉치 사업 피해 작품 리스트에 포함된 것을 발견하였다. 그 누구도 허락한 적 없는데 유령처럼 사용된 자료에 대한 응대가 어떻게 정산처리로 일축될 수 있겠는가. 피해를 입은 1118개 출판사 중 501개 출판사가 이미 폐업한 상태이기 때문에 작가들이 자기 저작물이 도용당했다는 사실을 알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해당 피해 자료는 국립국어원 자료실에 있는 2020년 4월27일자 <문어 말뭉치 원문 자료 수집>에 붙어 있는 최종보고서에 올라와 있다.

최근 콘텐츠 업계에선 불법웹툰 문제나 웹소설 등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고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콘텐츠 생태계를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것에 합의하고 공동협의체나 대응팀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시대가 변화하는 이때, 더 이상 출판 저작권에 대한 낡은 인식으로 인한 사건과 대응이 거대한 출판유통 업체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는 건 경악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낡은 인식을 타파하고 보다 건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해당 사건 당사자들의 반성과 올바른 후속 조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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