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배추 전국의 71% 재배
따뜻한 땅끝서 충분히 자라
배춧속 꽉 차고 단단해 인기
절임배추 등 억대 소득 720명
전남 해남군 마산면의 배추밭에서 13일 농민 임태정씨가 배추를 살피고 있다.
전남 해남군으로 귀농한 지 13년째인 임태정씨(50)는 배추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지난 13일 찾은 임씨의 밭 3만3000㎡에는 어른 손바닥만 한 배추 3만 포기가 자라고 있었다. 임씨는 수확한 배추를 ‘절임배추’로도 가공 판매하며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임씨는 “큰 태풍만 없다면 다음달 중부지방부터 시작되는 김장철에도 질 좋은 배추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배추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 해남”이라고 말했다.
‘김치의 나라’ 한국에서도 으뜸은 배추김치다. 1인당 연간 배추 소비량은 47.5㎏이나 된다. 배추 주 재배지로는 대관령을 중심으로 한 강원도나 충북 등 ‘고랭지 배추’가 잘 알려졌지만 재배면적을 보면 해남이 가장 많다.
지난해 김장용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해남이 2414㏊로 전국(1만3345㏊)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12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한겨울에 싱싱한 배추를 샀다면 10포기 중 7포기는 해남 땅에서 자랐다. 해남의 ‘겨울배추’ 재배면적은 2333㏊로 전국의 71%를 차지한다. 배추김치의 고향인 셈이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넓은 경지면적(3만5000㏊)을 가진 ‘땅끝 해남’은 남해와 맞닿은 따뜻한 해양성 기후와 게르마늄 성분이 많은 황토질 토양으로 배추재배 최적지로 꼽힌다. 해남 배추는 70일에서 90일까지 충분히 밭에서 키워낸다. 60일 정도면 출하하는 다른 지방 배추보다 속이 꽉 차고 단단해 김치가 쉽게 물러지지 않는다.
해남 사람들은 11월 중순 이후 서리를 맞은 배추를 최고로 친다. 임씨는 “서리를 맞으며 충분히 자란 배추는 달콤한 맛과 고소한 향이 난다”면서 “김치냉장고 때문에 매년 김장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는데, 가장 맛있는 배추를 구하려면 11월 중순 이후가 좋다”고 말했다.
배추는 농업기반인 해남 경제의 큰 버팀목이다. 특히 배추를 국내산 천일염에 절여 쉽게 김치를 담을 수 있도록 1차 가공한 ‘절임배추’는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배추를 절이면 그냥 팔 때보다 수익이 3배 정도 높아진다. 지난해 해남지역 785개 농가는 20㎏들이 212만7018상자의 절임배추를 전국에 팔아 7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배추 재배와 가공으로 1억원 넘게 버는 농민도 늘어나고 있다. 해남은 지난해 전남에서 가장 많은 720명의 농민이 1억원 이상 고소득을 올렸는데 이 중 103명이 채소를 재배했고 54명은 농산물 유통가공을 했다.
해남의 ‘배추산업’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해남군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김치원료 공급단지 구축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2025년까지 290억원을 들여 절임배추 생산시설과 1만t의 배추를 한꺼번에 저장할 수 있는 창고를 짓게 된다.
명현관 군수는 “올해는 코로나19 거리 두기 해제로 ‘가족 김장모임’이 활성화돼 배추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전국 최대 배추 주산지인 해남을 김치 종주국의 위상 회복과 김치산업 재도약을 위한 전문생산단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