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안전한 일터 언제쯤···” 신당역 사건에 노동계 분노

조해람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16일 고인을 추모하는 문구들이 부착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16일 고인을 추모하는 문구들이 부착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두고 여성 노동자의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지 못한 서울교통공사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16일 성명을 내 “피해자는 적은 인원으로 야간 근무를 하며 사무실 업무, 취객관리, 유실물관리, 순찰 등을 돌고 있었다. 심지어 혼자 일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상상황에 대한 매뉴얼조차 없었다”며 “비극은 혼자 순찰을 하는 야간근무 때 발생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동료였기에 피해자의 일 과정을 정확히 알고, 혼자 일하는 가장 안전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범죄를 감행했다”고 했다.

이어 “서울교통공사는 본 사건이 일과 중에 발생한 산업재해로 인지하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2인 1조 근무를 포함한 인력확충만이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 “이번 사고 이전에도 역무원들은 주취자, 악성민원인 등으로부터 위해와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다”며 “이런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현실과 괴리된 면책성 대책만 나열했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감독기관인 서울시에 적극적으로 요구해 실효성 있는 모든 대책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 벌어진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16일 피해자를 추모하는 문구들이 부착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 벌어진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16일 피해자를 추모하는 문구들이 부착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숨진 역무원이 예전부터 가해자의 성폭력에 시달려 왔음에도 서울교통공사가 적극 보호에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는 “이미 지속적인 범죄가 저질러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았고, 결국 계획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며 “최초 범죄를 인지한 시점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서 예방과 충분한 조치를 했더라면 가해자가 살인을 계획하지 못했거나, 계획했더라도 감히 실행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서울교통공사는 본 사건에 대해 직장내 성폭력의 연장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책임을 가해자의 일탈로 몰아가려 하지만 이는 엄연한 직장 내 성폭력이었으며 공사의 피해자 보호조치의 부실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범인 A씨가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범인 A씨가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노동계는 여성 노동자가 성폭력에 노출된 채 일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금속노조는 “여성 노동자는 일터의 위험에 더해 여성혐오와 차별로 인한 위험까지 이중으로 감내해야 한다”며 “이 굴레를 끊어내지 못하면 신당역의 비극은 수없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범죄의 위험 앞에 여성 노동자를 밀어 넣고 보는 우리 사회의 잔인함이야말로 진정한 범죄”라고 했다.

성범죄에 대한 정부와 사법부의 인식 전환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경찰과 사법부는 더 이상 스토킹 범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윤석열 정부는 이제 다시는 여성에게 구조적인 폭력과 차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아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차별과 폭력을 여성의 죽음으로 증명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집요한 젠더폭력의 위해 우려를 피해자 시선에서 바라보지 않은 법원과 수사당국의 각성을 촉구한다”며 “총리, 장관까지 나서 말 보태기로 그치지 말고 책임있는 재발방지 대책과 조치를 권한 내에서 먼저 행해 달라”고 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 14일 오후 9시쯤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순찰 중이던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15일 A씨를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숨진 역무원을 지속해서 스토킹하고 불법 촬영한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에 범행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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