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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사법의 정치화라고?

입력 2022.09.19 03:00

수정 2022.09.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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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 바꾼 새 비대위 구성으로
결정의 효력 피해 가기 궁색하고
사법의 정치화란 개념의 틀 속서
사법부 비난하는 것도 옳지 않다
정치의 사법화 성찰하는 게 맞다

지난 8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받은 가처분 결정을 두고는 여러 가지 해석과 평가가 나와 있다. 본래 판결이나 결정(소송법상 이들을 합쳐 ‘재판’이라고 한다) 중 정치적 사건을 다룬 것에 대해서는 각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해석이나 평가가 다양함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언론이나 학계에서 법이나 소송의 기본원칙과 이론에 대한 이해 없이 재판을 비난하면, 듣는 이나 읽는 이를 오도할 우려가 있다.

정인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정인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이번 가처분 결정에 대해 어느 헌법학자는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를 따지는 그 자체가 법원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정문을 읽어 보면, 이 주장은 법원의 다음 판단을 나무라는 것으로 보인다. 즉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는 데 있어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 사이의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와 이와 달리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의 사이 및 최고위원들의 사이에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를 비교하여 당원의 총의를 추정하고 이에 따라 후자의 경우에는 전자보다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가 작다고 설시한 부분이다. 다른 하나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상실시키는 데 있어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를 전당대회와 비교하여 전자의 민주적 정당성이 후자의 그것보다 작다고 한 부분이다. 그런데 결정문 전체를 읽어 보면 사건의 쟁점이자 관건은 비대위를 설치할 만한 실체적 법률요건으로서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에 처해 있는지 여부였다. 비대위원장 측이 패소한 이유는 법원을 납득시킬 만한 입증을 다하지 못한 데 있다. 법원이 민주적 정당성을 따진 것은 바로 이 대목에서였다. 법원의 이런 판단은 정당 대의기관이 권한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당원의 총의를 반영하여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해석론에 비추어볼 때 사건 당사자들 주장 중 어느 것이 옳은지를 가리면서 든 여러 근거 중 하나일 뿐이다. 그 근거들을 세어 보면 모두 10개 항에 이르는데, 이는 결정문 중 네 쪽 정도 분량에 이른다. 이 판단이 왜 법원의 월권행위라는 것인가?

가장 큰 문제는 이번 결정을 놓고 ‘법원의 정치’ 또는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왜 사법부가 정치의 영역까지 들어와 이래라저래라 하느냐고 비난하는 데 있다. 논자들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한 정당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말도 안 되는 행위”이거나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법원이 간섭하지 말라는 주장, 즉 사법자제론도 이번 결정을 비난하는 근거로 한몫 끼었다. 그러나 정당 조직 구성의 합법성에 관한 분쟁은 사법자제론에서 말하는 정치 문제가 아니다. 정당도 단체의 하나이므로 단체법의 규율을 벗어날 수 없으며, 또 당연히 헌법과 정당법의 적용을 받는다. 정당의 의결이 법이나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판례가 나와 있다. 한편 정치의 사법화나 사법의 정치화를 논하는 이들은 사법부 소속의 판사들이 아니라 대개 정치인이나 학자, 언론인들이다. 사건을 만들어서 재판하는 판사는 없다. 사건이 오면 법원은 접수해서 배당해야 하고 판사는 배당받은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사건성과 쟁송성을 갖추어 법원에 온 사건을 재판하지 않을 수 있는가. 법원에서 일해 본 내 과거의 경험으로, 덜 떨어진 공명심에 젖어 있지 않은 한 판사는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정치적 사건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문제의 단초는 정치가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을 고소·고발과 소송 제기로 해결하려는 데 있다.

더욱이 그런 비난도 모자라 “법원의 활동공간은 법치주의의 영역이지 민주주의의 영역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이르면, 어이가 없다. 이 주장은 민주정에서 권력분립과 사법심사의 원리가 가지는 기능에 대한 초보적 이해에 반한다. 또 하나 잘못된 것은 ‘재판장이 특정 연구모임 출신으로 편향성이 있어 이상한 결과가 있을 거라는 우려가 현실화되었다’고 주장한 전 비대위원장의 태도다. 출신 운운의 주장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불리한 재판 결과가 나올 때마다 이런 식의 엉뚱한 언사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번 가처분 결정의 결론과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다면, 그 합리적 해결 방책은 해당 절차에서 불복하는 것이다. 소급효를 가질 수 없는 당헌 개정이나, 비상상황이라는 요건과 무관하게 사람만 바꾼 새 비대위 구성으로써 결정의 효력을 피해 가려는 시도는 궁색하다. 사법의 정치화라는 개념의 틀 속에 사태를 밀어넣는 쉬운 방법으로 사법부를 비난하는 것도 옳지 않다. 왜 정치를 사법화하는지에 관해 심각하게 성찰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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