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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학 시대’의 위험과 기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 바이오 등 핵심 전략품목에 대한 자국 내 생산 규제에다 외국인투자와 해외투자에 대해서도 안보 위험을 들어 기술 규제에 나선 것이다. 물론 주 타깃은 중국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내 정치용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패권주의 야심을 지닌 권위주의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동맹을 규합하고 있지만, 실상은 중국식의 패권적 산업정책을 답습하는 건 아닌지 우려도 크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이처럼 자국 또는 자기 동맹의 정치적, 외교적, 안보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수단을 활용하는 현상에 주목하는 게 이른바 ‘지경학(geo-economics)’이다. 사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패권전쟁이 격화되면서 ‘지정학의 귀환’이 종종 이슈화되어 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처럼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빚은 경우도 있지만, 주요 열강 간의 지정학적 갈등은 대체로 지경학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에 맞선 중국의 ‘일대일로’가 단적인 예이고, 미·중 무역전쟁이나 러시아 침공에 맞선 서방의 경제제재 등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초 탈냉전기에 돌입하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유교역 등 세계화의 확산이 국가 간, 지역 간 상호의존성을 증대시킴으로써 지정학적 갈등을 막고 공동 번영을 도모할 버팀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점차 이러한 상호의존성의 비대칭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수요와 공급, 승자와 패자, 주도자와 추종자 간에 불평등이 커지고, 나아가 복잡한 공급사슬의 하중과 파열에 따른 연쇄적인 충격 위험이 부각된 탓이다. 이제는 오히려 비대칭적인 상호의존성을 지정학적 목적에 맞추어 무기화하거나, 역으로 이처럼 무기화된 상호의존성에 맞서 대비 태세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진정 ‘지경학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최근의 양상에 대해 탈냉전 시대에 세상을 풍미하던 세계화 혹은 신자유주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군사안보적 차원의 지정학이 우선시되던 냉전 시대가 부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크다. 코로나19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핵심 자재나 원자재의 공급망 붕괴에 따른 위험이 부각되면서 일반적인 경제 논리에 안보 논리가 합세하는 모습이다. 효율성보다는 회복탄력성에 관심이 커지면서 자국의 안정적인 공급망이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같은 지경학적 논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세계화는 지경학적 대결이라는 새로운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그간의 세계화를 주도했던 국제분업체계 혹은 글로벌가치사슬(GVC)은 이제 안보 논리가 우선시되는 ‘신뢰가치사슬’(TVC)로 전환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경학적 세계화’가 얼마나 안정적일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나 바이든처럼 자국 우선주의가 앞서고, 브렉시트처럼 분리주의, 고립주의 등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쟁이나 안보 위협을 억제하던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흔들리고 뒤틀리면서 언제라도 우발적 충돌이나 통제 불가능한 갈등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오히려 냉전기처럼 세상의 양분(혹은 3세계를 포함하여 삼분) 관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20세기 초 1차 세계화 이후의 양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의 혼돈이 더욱 현실적인 악몽으로 어른거린다.

지경학의 득세에 대해 우리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사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깊이 각인된 우리로서는 21세기 패권을 겨루는 미·중 양강의 틈새에 끼인 처지가 실로 갑갑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G20 실험에서 확인했듯이, 역설적으로 균형자나 중재자로서 새로운 가치나 기회를 타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세계화와 상호의존의 양상은 지경학적 전환하에서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재화교역이 위축되고 제조업 공급망도 뒤틀리고 있지만, 우리는 새로운 다자간 국제분업구조의 형성 과정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한편 데이터나 디지털 혁신에 기반한 중간서비스의 교역이나 가치사슬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언제나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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