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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이후에도 디지털성범죄 ‘솜방망이 처벌’ 여전했다

입력 2022.09.22 21:15

수정 2022.09.2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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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약식기소 1800건 넘어

기계적 처벌 지양 논의 무색

사건 이후 325건 되레 증가

‘n번방 사건’ 이후 법무부가 디지털성범죄 사건에 대한 약식기소를 줄여야 한다는 지침을 검찰에 하달했지만 사건처분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피고인의 죄질이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보고, 법원에 벌금형 수준의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전·현 법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법무부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는 디지털성범죄 사건의 구약식(약식명령 청구) 처분 등 기계적인 솜방망이 처벌을 지양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유통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을 비롯해 유사 범행을 저지른 성착취범들이 차례로 검거된 이후였다.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법무부 양성평등정책특별자문관과 디지털성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이던 서지현 전 검사가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고 참석자들도 공감했다고 전했다.

법무부 TF의 활동 보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에는 “디지털성범죄 가운데 강간, 추행 등 전통적인 성폭력 범죄와 결부되지 않거나 재범 이상 전력이 없는 단순 소비형 범행, 일회성 유포형 범행이 빈번하다”며 “이들 가해자에 대해 약식명령이 청구되는 경우 피해자들이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이후 법무부는 디지털성범죄 사건에 대한 약식기소를 줄이라는 지침을 검찰에 내려보냈다. 하지만 지침은 사건 처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최근 5년간 디지털성범죄 사범 접수 및 처분 현황’을 보면 검찰의 구약식 처분 비율은 2019년 11.6%(1672건), 2020년 9.8%(1550건), 2021년 10.7%(1875건)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오히려 n번방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뤄지기 시작한 2020년보다 이듬해인 2021년에 구약식 건수가 325건 증가했다.

법무부는 2020년 ‘솜방망이 처벌 지양’ 외 부처 내 여성청소년국 신설, 판사 대상 디지털성범죄 판결 세미나 등의 디지털성범죄 대응 정책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22일 “검찰의 처분 방향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면서 “통계만 봐도 디지털성범죄 사범 수사와 처분에 유의미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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