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비속어 파문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공세 수위를 올리고 있다. “동맹 훼손이 논란의 본질”이라며 언론과 야당의 책임을 물으면서 수사의뢰 등 법적 대응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윤 대통령의 유감 표명 여지는 현재로선 희박하다. 논란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의 역공 전환 기류는 확연하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27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저희가 심각성을 갖고 있는 건 비속어 논란이 아니다”면서 “(대통령이) 최우방 동맹국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라고 기정사실화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하지도 않았던 ‘바이든’ 발언을 자막 등을 통해 마치 사실처럼 보도한 언론 매체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그간 대통령실은 언론 보도를 비판하면서도 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은 사실상 인정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김은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이 지난 22일 미국 뉴욕에서 “거친 표현에 대해 느끼는 국민 우려를 잘 듣고, 알고 있다”고 답변한 것이 그 사례다. 이날 비속어 파문을 ‘자막 조작 사건’으로 규정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23일에는 “그 용어(이XX)가 우리 국회, 우리 야당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많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유감을 표시하고 사태를 수습할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논란 직후 참모진 일부에서 빠르게 유감 표시를 하고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지만, 이제는 강공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윤 대통령부터 귀국 일성으로 진상규명을 강조하며 유감 표명에 거리를 뒀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속어 사용 자체도 인정하지 않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XX’라는 말도 없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대통령이 유감을 표시한다거나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통화에서 “각각 다른 2군데에서 음성 판독한 걸 들었다”면서 “분명한 건 대통령이 그 말(이XX)을 안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고발이나 수사의뢰 등 법적 대응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특정 언론사와 직접적으로 법정 싸움을 한다는게 모양새도 좋지 않고, 수사기관 입장에서 압박을 느낄 수도 있다”면서도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 완전히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일단은 좀 지켜보기로 한 상태”라고 말했다. 수사의뢰 등에 따르는 부담은 작지 않지만, 직접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특정 대상을 고발하는 대신, 영상 유출경위 등 쟁점 사안에 대한 수사의뢰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최초 보도 언론매체에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법률지원비서관실은 법적 대응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논란 이후 현재까지 MBC 최초 보도와 각 언론사의 보도 내용, 보도 시점 등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작업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