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이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청구인인 법무부 측에선 한동훈 장관이, 피청구인인 국회 측에선 대리인인 장주영·노희범 변호사가 출석해 입법의 헌법적 정당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6월 입법 과정의 위헌성이 중대하고, 개정법이 형사사법 체계를 훼손한다며 심판을 청구했다. 중앙 부처가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한 것은 1990년 권한쟁의심판 1호 사건 청구 이후 최초여서 논란이 됐다.
이날 한 장관은 “이 법률은 헌법상 검사의 수사·소추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도록 제한해 기본권 보호 기능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이번 심판을 통해 ‘이 정도는 해도 된다’고 허용한다면 앞으로 다수당은 어느 당이든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같은 ‘만능 키’를 활용할 것”이라며 “이것이 대한민국의 입법 ‘뉴 노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맞서 국회 측 대리인들은 “수사권은 본질적으로 행정권의 일부이고 입법자(국회)는 시대 상황과 국민 법의식 등을 고려해 수사 주체·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면서 “권한 집중으로 인한 남용을 방지하고 수사·기소 기능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 목적 역시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법무부 장관은 침해되는 권한이 없고, 검사들은 헌법상이 아닌 법률상 국가기관인 만큼 청구인들에게 당사자 자격이 없다는 주장도 폈다. 헌법재판관들은 당사자 적격·능력, 법 개정으로 형사사법 체계에 공백이 발생했는지, 민형배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탈당이 효력이 없는 가장행위인지 등을 질문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권한 다툼이 생길 때 헌재에 판단을 구하는 제도이다. 삼권분립 국가에서 행정부의 특정 부처가 입법부의 본질적 기능인 법률 개정을 문제 삼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검찰은 심판을 청구해놓고도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검찰 수사권을 사실상 원상복구한 바 있다. 주권자들은 지금 검찰 수사권이 줄어든 것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헌재가 엄정하고도 신속하게 심리해 결론을 내려야 할 이유다. 또한 공전하고 있는 국회 형사사법체계 개편특위(사개특위)도 조속히 정상화해 ‘고발인 이의신청권 배제’ 등 개정법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