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국회, 헌재 공개변론서 수사권 축소법 놓고 충돌
한동훈 “입법 용인 땐 반칙 활용” 국회 “의정활동 보장을”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첫 공개변론에서 ‘검사는 헌법기관이고, 헌법이 보장한 수사는 기소와 분리할 수 없다’는 법무부와 ‘검사는 법률기관이고, 수사 주체와 방법은 법률로 조정할 수 있다’는 국회가 공방을 벌였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검찰 수사권 축소법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를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의 권한 다툼이 있을 때 헌재에 판단을 구하는 제도이다.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헌법기관)만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날 공개변론의 핵심 쟁점은 검사가 헌법기관인지, 검사의 수사권을 헌법이 보장하는지 여부였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돼 있다.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명시한 이 조항을 두고 양측의 의견이 갈렸다.
국회 측은 한동훈 장관이나 검사들에게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에게는 검찰 사무에 대한 행정감독권이 있지만 수사·소추권이 없고, 검사는 헌법기관이 아니라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법률기관)이며, 개정법은 헌법이 명시한 영장신청권을 제한하지 않아 심판을 청구할 사건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 측은 법무부 장관에게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수사지휘권이 있어 검사의 수사권이 침해된다면 장관의 권한도 직간접적으로 침해된다고 반박했다. 또 검사는 헌법이 단순 언급한 기관이 아니라 구체적 권한을 부여한 기관이기 때문에 헌법기관이라고 맞섰다.
국회 측은 헌법이 검사에게 영장신청권만 보장할 뿐 수사, 기소, 공소유지에 대한 규정은 국회의 입법사항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대리인인 노희범 변호사는 “우리 헌법에 누가 수사권의 주체가 돼야 하는지 방법이나 절차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며 “법무부 측은 영장신청권에 수사권이 전제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헌법 해석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법무부 측은 검사의 영장신청은 강제수사에 대한 법원의 허가이기 때문에 헌법이 수사권도 인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수사는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사실관계 조사’이기 때문에 기소와 분리할 수 없다고 했다.
한동훈 장관은 이날 변론에 직접 참석해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를 피하려고 국회 절차의 중대한 하자를 무릅쓰며 입법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모두진술에서 “헌재가 이번 심판을 통해 ‘이 정도는 해도 된다’고 허용한다면 앞으로 다수당은 어느 당이든 토론과 설득을 외면하고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수정안 끼워넣기’ 같은 치트키(반칙)를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측은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정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로 맞섰다. 노 변호사는 “국회의원이 판단과 선택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위임원칙이야말로 대의제의 중요한 이념이자 원칙”이라며 “사법적 판단이 아니라 선거를 통한 유권자의 정치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