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작곡가 겸 사업가 돈스파이크(45·본명 김민수)는 약 1000회분에 해당하는 필로폰 30g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미 같은 전과가 3번이나 있다는 점에서 경찰은 주로 거래하는 ‘판매책’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돈스파이크에게 복수의 휴대전화가 있었는데 포렌식 결과에 따라 공범이 나올 수도 있다. 큰 규모의 마약 사건일 수 있다.
유명인이나 재력가의 마약 투약 사실은 그동안 언론에 종종 보도됐다. 마약은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과 같은 국내외 영화·드라마의 소재로도 많이 소비됐다. 이제 마약은 연예인이나 유흥업소 출입자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 사이로도 파고들고 있다. 당장 지난 30일 서울 광진구의 한 모텔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보이는 50대 남성이 ‘마약 전과자’라며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붙잡혔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마약청정국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엔 10대 마약 투약 사범이 적발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마약범죄는 단속·처벌하는 것 이상으로,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치료·재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9월30일 국회에서 ‘마약류 퇴치 교육 지원에 관한 입법 토론회’를 열었다. “지역구(서울 강남구갑)에서 마약 사건은 날마다 접하는 일상인데, 그 심각성에 비해 국가 대책이 부족하다”는 게 태 의원이 토론회를 연 취지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영호 한국중독전문가협회 회장(을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 김보성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장, 전영실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한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팀장, 최진묵 인천참사랑병원 마약중독 상담실장(이하 직함 생략) 등이 발제 및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날 발제자 및 패널의 설명과 실태조사 자료 등을 토대로 ‘최근 국내 마약 투약 실태’에 관한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마약류 범죄가 얼마나 늘었나.
김보성 = “대검에서 최근 10년간 단속 추이를 보면 2014년 정도까지는 1만명을 밑돌다가 2015년부터 1만명 넘었다. 지난해 1만6153명이다. 지난해 기준 유형별로 보면 투약 사범이 8522명으로 절반 정도 되고, 밀경·밀매·밀수 등 공급 사범이 3분의 1 정도 된다. 지난해 압수 마약류는 필로폰(569.9kg), 코카인(435.7kg), 대마초(91.2kg) 순이다. 2017년 대비 5년 새 압수량이 8배 늘었다.”
김영호 = “인구 10만명 당 적발된 마약류사범 수 20명을 ‘마약류 범죄계수’의 임계치로 본다. 20명 밑이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의미인데, 지난해 31.2명까지 뛰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하수처리장에서 잔류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한 결과, 조사한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마약류가 배출됐다.”
-마약류 범죄는 왜 늘고 있나.
김보성 = “국제마약조직을 통한 밀수가 급증했다. 지난해 압수된 마약류 시가는 무려 1조8400억원인데, 소매가로 계산하고 또 암수율을 고려했을 때 실제 시장 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 한국 시장이 커지면 외국 조직들에게는 먹잇감이 된다. 마약은 국경 없는 범죄다. 마약범죄의 또 다른 트렌드는 다크웹, 보안메신저, 암호화폐 등 3개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마약에 접근할 방법은 쉬워지고 거래는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수요가 줄지 않으면 공급책을 아무리 단속해도 다른 공급자가 그 자리를 채운다. 수요 억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젊은층에서 마약 투약이 급증했다.
김보성 = “마약류 사범을 연령별로 보면 예전에는 주요 수요층이 30~40대였는데, 이제는 20~30대 다. 19세 이하 청소년 마약류 사범은 10년새 11배 증가했다. 지난해 10대 사범은 450명이다. 청소년층은 부모가 적발하더라도 신고를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암수율(드러나지 않은 범죄 비율)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 올해 상반기 10~20대가 전체의 35%, 30대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60%가 젊은층이다.”
전영실 = “마약류 사범 중 10~20대 증가를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10~20대 마약류사범은 2231명에서 5527명으로 2.5배 증가했다. 이유는 3가지다. 첫째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다크웹 등 비대면 거래가 늘었는데, 젊은층은 이런 디지털에 익숙하다 보니 마약류 거래에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둘째는 이런 환경에서 젊은층 사이에서 마약류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나 죄책감이 줄어들었다. 식약처가 2020년 진행한 ‘마약류 심각성에 대한 국민인사 조사’결과를 보면, 연령이 낮을수록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가 낮게 나타났다. 셋째는 젊은층의 의약품 오남용이 마약사범류 증가와 관련될 수 있다. 식약처의 같은 조사에서 마약류의약품을 중복·과다 처방요구 직간접 경험비율은 연령이 낮을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대들은 어떻게.
전영실 = “2020년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전체 마약류사범의 범행 동기에서 ‘중독’ 비율이 21.7%로 가장 높은 반면, 소년(14~18세) 마약류 사범은 호기심(43.7%)이 가장 높다. 성별로는 남자가 조금 많고, 직업별로 보면 학생 비율 높아져 학교 차원의 교육이 중요해졌다. 소년범은 비전과자 비율이 높은데, 치료·재활이 중요하다.”
-마약사범은 재범률이 높다는데.
김영호 =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재범률은 매년 35~40% 수준을 보인다. 마약류 사범의 재복역율은 45.8%에 달한다. 국내 범죄자 평균 재복역율(26.6%)의 약 2배에 근접한다. 마약을 단속·처벌 외 치료·재활의 관점에서도 바라봐야 한다.”
-예방 교육, 치료·재활이 중요하다고.
김영호 = “우리사회는 마약을 범죄로만 본다. 중독이기 때문에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 질병으로서도 봐야 한다. 흡연, 도박, 알코올 등 예방 프로그램은 예산과 인력, 인프라가 있지만 마약중독은 뒤처져 있다. 주무부처가 식약처인지 보건복지부인지 컨트롤타워가 없고, 전문가도 너무 없다. ‘투약→수감→투약’이라는 마약중독의 회전문에서 나오려면 교정시설에서 죄값을 치른 후에, 지역사회에서 ‘환자’로 인식될 수 있도록 사후관리체계가 있어야 한다.”
최진묵 = “제가 마약중독 회전문의 당사자다. 23년간 중독자 생활을 했다. 초기에 중독이란 개념도 없었고, 치료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마약중독을 치료할 수 있다는 칼럼을 보고 스스로 병원을 찾아가 이제는 회복자로, 강사로 활동한다. 인천참사랑병원에 20~30대가 많이 온다. 그래서 젊은층은 고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학교에서는 교육을 가도 ‘마약’의 ‘마’자도 꺼내기 어렵다. 학교에서 예방 교육은 거의 되지 않는다고 본다. ‘다르크’라는 민간 기관에서 정부 지원 없이 중독자의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외국은 ‘체포가 치료의 시작’이라고 한다. 구치소에선 재활·치료를 전혀 받을 수 없고, 교도소로 가서도 40시간 교육을 받는 게 전부다. 예방 교육, 재활·치료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한덕 = “1992년 대한약사회를 모체로 설립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재단법인이긴 하지만 최일선의 대응기관이라고 생각한다. 검찰청, 식약처, 교육청, 보건소 등과 연계해 마약류 중독자 재활사업 및 예방사업을 하고 있다. 국고보조는 1993년 9000만원에서 올해 33억원으로 늘었지만, 인건비 등을 충당할 수 없어 지역본부에선 약사회원들의 후원금에 의존한다. 매해 마약류사범이 증가하고 있지만 본부의 역량은 부족하다. 최소한 권역별로 재활센터가 운영돼 지역사회 내 중독자를 발굴하고 맞춤형 회복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