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년 만의 6개월 연속 무역적자, 최악 상황까지 대비해야

9월 무역수지가 37억7000만달러 적자로 나타나면서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6개월 이상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사진은 평택항 항만 컨테이너 모습. 한수빈 기자

9월 무역수지가 37억7000만달러 적자로 나타나면서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6개월 이상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사진은 평택항 항만 컨테이너 모습. 한수빈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무역수지가 37억7000만달러 적자였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때였던 1997년 이후 25년 만이다. 올 들어 누적 무역적자는 288억7600만달러로 불어났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치다. 무역적자의 주된 원인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탓이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년 전보다 81% 급증한 179억6000만달러였다. 수입은 2월 한 달만 빼고 매달 600억달러를 웃돌아 월평균 25%씩 늘고 있다. 에너지 가격만 안정되면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던 정부 기대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심각한 위기가 닥쳤다. 곳곳에서 이상 징후가 드러나고 있다. 수출은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둔화 추세가 뚜렷하다. 연초 20% 안팎이던 수출 증가율은 6월부터 한 자릿수로 떨어지더니 지난달 2.8%로 추락했다. 주력인 반도체 수출이 두 달 연속해서 줄고,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수출은 넉 달째 감소 추세다.

무역적자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2022년 무역수지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연간 무역적자가 48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기존 무역적자 최대치인 1996년 206억2000만달러의 두 배 규모다. 무역적자가 불어나면 경상수지도 적자에 빠질 우려가 커진다. 이미 적자인 재정과 경상수지 적자가 겹치는 ‘쌍둥이 적자’ 위험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높은 환율이 더 치솟고 국가신용등급은 떨어지며, 외국인은 자금을 빼가고 외환보유액마저 부족해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다.

다시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에 빠지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은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8년 3월 외환보유액이 2642억달러였으나 8개월 만에 637억달러나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았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당시의 2배 가까운 4364억달러에 이르지만 언제든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올해 무역적자 규모는 이미 2008년 적자의 두 배를 웃돌아 달러화 공급이 크게 줄어들었다. 2008년 외국인은 증시 투자자금 344조원의 절반이 넘는 175조원을 빼갔다. 지난해 말 785조원으로 두 배 넘게 불어난 외국인 자금은 8월 말 630조원으로 20%가량 감소해 더 줄어들 여지가 크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과 가계 모두 당장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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