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무역수지가 37억7000만달러 적자였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때였던 1997년 이후 25년 만이다. 올 들어 누적 무역적자는 288억7600만달러로 불어났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치다. 무역적자의 주된 원인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탓이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년 전보다 81% 급증한 179억6000만달러였다. 수입은 2월 한 달만 빼고 매달 600억달러를 웃돌아 월평균 25%씩 늘고 있다. 에너지 가격만 안정되면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던 정부 기대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심각한 위기가 닥쳤다. 곳곳에서 이상 징후가 드러나고 있다. 수출은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둔화 추세가 뚜렷하다. 연초 20% 안팎이던 수출 증가율은 6월부터 한 자릿수로 떨어지더니 지난달 2.8%로 추락했다. 주력인 반도체 수출이 두 달 연속해서 줄고,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수출은 넉 달째 감소 추세다.
무역적자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2022년 무역수지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연간 무역적자가 48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기존 무역적자 최대치인 1996년 206억2000만달러의 두 배 규모다. 무역적자가 불어나면 경상수지도 적자에 빠질 우려가 커진다. 이미 적자인 재정과 경상수지 적자가 겹치는 ‘쌍둥이 적자’ 위험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높은 환율이 더 치솟고 국가신용등급은 떨어지며, 외국인은 자금을 빼가고 외환보유액마저 부족해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다.
다시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에 빠지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은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8년 3월 외환보유액이 2642억달러였으나 8개월 만에 637억달러나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았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당시의 2배 가까운 4364억달러에 이르지만 언제든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올해 무역적자 규모는 이미 2008년 적자의 두 배를 웃돌아 달러화 공급이 크게 줄어들었다. 2008년 외국인은 증시 투자자금 344조원의 절반이 넘는 175조원을 빼갔다. 지난해 말 785조원으로 두 배 넘게 불어난 외국인 자금은 8월 말 630조원으로 20%가량 감소해 더 줄어들 여지가 크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과 가계 모두 당장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