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337조원 규모 국유재산의 관리·처분을 조정하는 국유재산심의관을 개방형 공모직으로 채용키로 했다고 한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국유재산의 무분별한 매각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온 기존 심의관은 업무 관련성이 없는 부서로 보직이 변경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공기관 혁신 주문에 따라 향후 5년간 16조원+α 규모의 국유재산 매각 방침을 발표한 기재부가 ‘코드 인사’를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기재부는 “국유재산 매각과 무관한 인사”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
기재부는 지난 8월 국유재산의 25%에 해당하는 337조원 규모 일반재산 중 “정부가 잘 활용하지 않는 재산을 민간부문에서 생산성이 높은 용도로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선순환 효과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9개 매각대상에는 서울 강남구 부동산 6개를 비롯한 ‘매각제한 대상’ 알짜배기들이 올랐다. 연간 최소 25억원의 임대수익을 내는 자산을 팔겠다는 것이다. 발표 당시 정부는 강남 부동산은 어물쩍 빼놓고 경기 지역 상가만 예시했다.
매각과정이 얼마나 투명할지도 의문이다. “국유재산 매각은 공개경쟁입찰이 원칙”이라는 기재부 설명과 달리 캠코가 최근 5년간 매각한 국유재산 4조9675억원어치 가운데 수의계약 비율은 96.8%에 달한다. 국유재산법에 경쟁입찰을 피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많아서다. 무분별한 매각은 손해로 이어진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한국석유공사 울산 신사옥은 기재부 관료 출신이 만든 부동산 투자회사에 팔렸고, 석유공사는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기재부는 박근혜 정부 때처럼 신임 국유재산심의관 요건으로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제시했다. 매각에 적극적인 외부인을 채용해 국유재산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심산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국민의 복지수준을 높이려면 튼튼한 국가재정이 바탕이 돼야 한다. 국유재산을 잘 관리해 미래세대에 물려주는 것은 정부의 의무이다. 매각이 필요하더라도 결정은 신중해야 하며, 과정은 투명하고 엄격해야 한다. 국회는 200억원 이상 국유재산 매각 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고,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기 바란다. 국민 모두의 재산이 소수 특권층에 졸속으로 팔려나가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