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민의힘이 3일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정부조직 개편 논의를 공식화했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 등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필요한 개편은 하되, 공약이라 하더라도 국민 반대가 큰 사안은 과감히 접어야 할 것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정목표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조직 개편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국정과제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당정은 “공약사항 이행을 위한 개편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조만간 개편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당정이 ‘공약사항 이행’을 강조한 만큼, 여가부 폐지 공약은 개편안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여가부 폐지가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여가부 폐지에 대해 “미세하게 조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만 했다.
역대 정부는 대부분 집권 직후 국정철학 구현을 위해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했다. 취임 5개월을 앞둔 윤석열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늦게 정부조직 개편을 하게 된다. 반대 여론이 많은 여가부 폐지에 집착하다가는 정부조직 개편 작업 전체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구조적 성차별과 성폭력이 실재하는 상황에서 여가부의 역할은 여전히 긴요하다. 최근 방한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윤 대통령 면담에서 여성 권익 신장을 강조하는 등 동맹국에서도 이 사안을 주시하고 있다. 혹여 여권 일각에서 ‘비속어 파문’을 덮기 위한 국면 전환용 카드로 여가부 폐지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근시안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몇 달간 국정운영을 해본 만큼 그사이 새로 필요성을 느낀 사안은 추가할 수 있다고 본다. 재외동포청·우주항공청 신설, 국가보훈처의 보훈부 승격 등은 검토해볼 만하다. 중요한 것은 정부조직 개편 작업이 시민의 분열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흘러선 안 된다는 점이다. 개편의 초점은 시민의 삶과 공동체의 미래에 맞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