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 요금이 이달부터 오르는 데 이어 택시 요금과 호출료도 줄줄이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3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최근 심해진 택시난을 완화하기 위해 심야시간대 탄력 호출료를 확대하기로 했다. 협의회에서는 현행 3000원인 호출료를 심야시간대에 대폭 올리되, 호출료 인상분의 대부분을 택시기사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또 의무적으로 택시 운행을 쉬도록 한 부제를 해제하고, 택시기사 취업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택시와 차별화한 새로운 모빌리티를 도입하고, 심야시간대 대중교통 수단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했다.
서울에서는 밤 10시가 넘어 택시를 잡으려면 30분 이상 기다리는 게 보통이 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로 택시기사가 급감한 탓이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2019년 말 10만2320명이던 전국 법인택시(회사택시) 기사는 올해 5월까지 2만7784명(27%)이 감소했다. 서울은 감소폭이 더 커 3만527명 중 9817명(32%)이 이직했다. 배달이나 대리기사 등 다른 일자리를 찾아 회사를 떠난 것이다.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지난 4월 중순 이후 택시 승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택시난이 일상화했다.
당정이 내놓은 택시난 대책은 가격 인상에 방점이 찍혔다. 앞서 서울시가 지난달 말 택시요금 인상을 결정한 데 이어 당정은 호출료까지 올리기로 했다. 서울시는 택시 기본요금을 4800원으로 26%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심야할증은 시간대를 오후 10시로 앞당기고, 요금은 40%까지 차등화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 사이에 택시를 타면 심야할증과 호출료를 포함해 7600원부터 요금이 올라간다. 호출료가 2000원만 올라도 내년 2월 이후는 1만2000원가량에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요금과 호출료를 올려 택시기사 처우를 개선하면 기사가 늘어 택시난이 해소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하지만 근본적 대책은 될 수 없다. 가격 인상은 택시·플랫폼회사의 이익만 늘릴 가능성이 짙다. 불가피하게 택시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우려도 크다. 택시 운송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 해외에서 활성화한 우버 같은 서비스를 무조건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택시 기사와 수요자의 요구, 그리고 기술 변화까지 반영하는 안정적 대중교통체계를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