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칼끝 문 전대통령 겨냥 공식화
검찰력 총동원해 전 정권과 야권 ‘먼지털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 등과 ‘대조적’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한 것을 두고 여야의 대치가 고조되고 있는 4일 오전 최재해 감사원장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 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를 시도한 것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사정 칼끝이 문 전 대통령에게도 향할 것임을 공식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및 야권 손보기용 사정정국이 노골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검찰과 경찰이 이 대표와 전 정부를 겨냥해 수사 중인 주요 사건은 10건이 족히 넘는다. 서울, 수원, 대전, 성남 등지의 검찰청 및 지청이 달라붙어 있다.
이재명 대표와 관련해 수원지검은 쌍방울그룹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지청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경기남부경찰청은 백현동 아파트 특혜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선거사무소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이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도 한둘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서해 공무원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이다. 서울동부지검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블랙리스트 의혹을, 대전지검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수사 의뢰한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 등 비위 의혹은 지난달 30일 서울북부지검에 설치된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이 수사할 공산이 크다.
이 수사들은 대선 이후 본격화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재명 대표는 물론 궁극적으로 문 전 대통령을 향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그러던 차에 최근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의 조사를 시도한 것이다. 현 정부의 사정 칼날이 문 전 대통령에게도 향할 것임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권교체 뒤 전 정권 인사를 수사하는 것은 관례가 되다시피했지만 이번처럼 전국 검찰청이 다 달라붙어 저인망식으로 전 정권과 야권을 먼지털듯 수사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말도 나온다.
감사원이 ‘서해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시도한 것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박지원·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조사한 뒤 미진한 것이 있으면 최종적으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시도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이다. 그러나 두 전직 원장은 검찰 수사 등을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 두 전직 원장의 조사를 건너뛰고 문 전 대통령을 조사하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감사원 감사의 실효성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감사원은 감사를 마친 뒤 오는 14일쯤 검찰에 감찰결과를 보내면서 수사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검찰은 ‘서해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기록관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높게 수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해서 무슨 실익이 있느냐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4일 “검찰이 이미 수사를 하고 있고, 감사원은 기본적으로 직무 감찰과 관련해 공무원을 조사하는 기관인데 퇴직한 전 정권 인사들을 상대로 무엇을 또 조사하고 수사의뢰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감사원이 당시 실무적 차원의 보고 체계나 상황 판단이 적절했는지 들여다볼 수는 있겠지만 대통령에게 물을 사항은 아닌 것 같다”며 “대북·외교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직접 묻는다고 하더라도 감사원이 당부를 판단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송갑석(왼쪽에서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부 정치탄압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에 항의하는 1인 피켓 시위 전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 정치탄압대책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부터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조사 시도가 부당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 릴레이로 1인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국정감사 국면에서 감사결과 발표를 명분으로 ‘서해 사건’ 이슈를 공론화하려는 정략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감사원 감사위원들이 “정쟁 소지가 높은 사안”이라며 감사결과 발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것도 그와 같은 비판의 소지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의 ‘야권 및 전 정권 털기’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무른 수사와 대비된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지난해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 이모씨 등을 재판에 넘겼지만, 주가조작에 돈을 댔다는 의혹이 제기된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이날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권남용과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최 원장과 유 총장은 감사지휘권을 함부로 남용해 감사원 직원들을 동원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치적 목적의 표적 감사를 무리하게 강행하게 만들었다”며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감사원을 ‘대통령 심부름센터’로 전락시키는 반헌법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