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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윤석열과 임금 세종

입력 2022.10.05 03:00

임금의 장인을 모함해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장모를 천민의 신분으로 전락시켜 관가의 노비로 삼았음은 물론, 왕비를 폐위시키려 한 신하가 있다면 왕의 친정체제 아래서 이런 신하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선의 임금 세종은 이런 행위를 한 박은, 유정현, 이직 등의 신하를 정치 보복하는 대신 고위 관료로 기용했다. 아버지 태종의 가혹한 정치 사슬을 끊음으로써 세종은 위대한 그의 시대를 스스로 열었다. 위대한 시대는 최고 권력자의 의지로 나타난다.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대통령의 비속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대통령의 언행은 국가의 얼굴이다. 사태의 본질은 비속어이지 외교 성과나 동맹관계 훼손이 아니다. 국민 누구나 성공적 외교 성과를 기대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데 대통령실이 발끈하고, 국민의힘이 문화방송을 고발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진상이 상세히 밝혀져야 함을 피력했다. 천만의 말씀이다. 국민은 이런 진흙탕 싸움을 더 이상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글로벌 경제위기 앞에서 좀 더 세련된 외교를 요구하는 것뿐이다. 발끈하는 모습 말고, 비속어를 쓰지 않는 세련된 대통령의 언행을 보고 싶다는 마음일 것이다. 더 이상 국민의 낯이 깎이지 않게(쪽팔리지 않게).

18년간 영의정을 맡았던 황희는 세종이 발탁한 걸출한 정치가였다. 자신보다 양녕대군을 지지한 그를 내치기는커녕 세종은 그에게 개혁의 권력을 쥐여 주었다. 태종의 왕권 강화 수단인 육조 직계제는 22년 만에 폐지되고 의정부 서사제로 환원이 된다. 왕권보다 내각의 권한이 강화된 것이다. 만일 왕권 약화를 걱정한 세종이었더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치란 이런 것이다. 정적을 내 편으로 만들어 성장 동력으로 쓸 수 있어야 하고, 내가 아닌 국가가 권력자의 머릿속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국가는 안정적으로 나아간다.

대통령은 공석이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를 후보자로 지명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론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임명했다. 이전 행적으로 미루어 개혁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발탁 인사다. 국정 수행 지지율 24%인 현 정부가 보이는 퇴행적 인사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지 미지수다. 이쯤에서 거국내각 구성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인물은 저쪽에도 있다.

세종은 세금 문제에 많이 고심했다. 각 고을 수령이 작황을 판단해 세금을 매기는 답험손실법은 문제가 많으니 농지 일정 면적당 세금을 부과하는 공법 시행을 검토했으나, 이 제도 또한 흉년에는 농민에게 불리했다. 공법 시행을 두고, 최초의 전국여론 조사가 세종 12년에 진행되었다. 산지가 많은 평안, 강원도 주민의 반대가 많았다. 결과는 공법 시행령 찬성에 9만여명, 반대 7만여명. 결국 토지면적 재조사가 뒷받침된 세종 32년에 이르러서야 전라도에서 최초로 공법이 시행되었고, 세종의 공법은 세조 9년(1463년)에 이르러서야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현 정부의 세금 정책은 감세가 마치 경제 활성화를 가져온다는 공식에 몰입되어 있다. 월급자들이 받는 소득세 감세는 새 발의 피 수준이고, 부자 감세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 세종은 수십년을 매달리며 세금 문제에 고민했다. 현 정부의 생각이 너무 안일한 건 아닌가.

세종은 독서를 바탕으로 한 지식 경영이 나라를 성공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라 생각했다. 고려 때도 집현전이 있었지만 이름뿐인 기관이었다. 세종 2년 집현전은 다시 태어났다. 공부하는 군주와 집현전 학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서 조선 최고의 학문과 정책을 만들어 나가고자 했다.

연구하고 토론하는 대통령실의 정책을 기대한다. 한글을 만든 세종의 애민 정신이 윤 대통령에게 전달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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