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지은 어린이집 1091개 중 284개 ‘공실’
수요조사 없이 설치탓…“다닐 원생이 없어”
용도변경 불가…예산 1000억원 낭비 지적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주택 단지 안에 설치된 어린이집의 26%가 건물만 있고 원생과 교사는 없는 ‘텅빈 어린이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법정 설치규정에 따라 어린이집을 설치했지만 사전 수요조사 없이 지은 탓에 원생은 없고 건물만 덩그러니 남은 어린이집이 전국 300곳에 육박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LH국정감사에서 “전국 1261개 임대주택 단지 중 어린이집이 설치된 곳은 1091개 단지로, 이중 약 26%인 284개 단지는 어린이집 건물만 존재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LH가 쓰지도 않을 어린이집을 짓는 이유는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지을 경우 반드시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LH는 임대주택 청약자 모집시 임대주택 성격을 미리 파악할 수 있음에도 ‘300가구 이상’ 의무규정에만 얽매여 불필요한 건물을 짓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은 “LH는 어린이집을 설치만 할 뿐 운영은 지방자치단체가 한다”면서 “지자체 위탁자 선정과정에서도 국공립어린이집 지정을 받으려면 영유아가 상시적으로 11명 이상 돼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지자체 수요조사 결과 해당 단지 및 인근 거주지 내 영유아가 11명이 되지 않으면 국공립 어린이집 지정을 받을 수 없고, 민간어린이집 역시 위탁업체를 찾지 못하면 결국 빈 건물로 남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LH가 공급하는 임대주택 가운데는 평형수가 아주 작은 가구, 그래서 아이를 키우기가 힘든 가구로 구성된 단지도 있고, 어린이집 수요가 전혀 없는 산업단지 내 단지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수요파악을 하지 않아) 결국 다 짓고나면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가 없기 때문에 공실로 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요조사 없어 어린이집 건물만 덩그러니”
김 의원은 이 같은 ‘텅 빈 어린이집’을 짓는 데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김 의원은 “어린이집 공사비용을 살펴보면 평당 350만원이 들어간다. 100평이면 3억5000만원의 공사비가 소요되고, 현재 공실로 비워져 있는 284개 어린이집 공사비용을 대략 산출해도 약 1000억원 가까운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번 어린이집 용도로 지어진 건물은 다른 용도로 전용(轉用)할 수도 없다. 공동주택관리법 및 시행령에 따라 어린이집과 경로당은 용도변경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사실상 용도폐기된 어린이집을 다른 시설로 쓰고 싶어도 현행 법으로는 완전히 가로막혀 있다”면서 “예산낭비를 줄이면서 다른 시설로 변경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대해 이정관 LH사장 직무대행은 “주거복지정책관에게 전달해서 관련 법령 개정가능 여부 등을 관련부처와 협의할 수 있도록 전달하겠다”고 말했다.